인간 실격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번역에 있어서의 주.

 

번역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주를 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의 주는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 주를 어떻게 달아주었는지만 봐도 역자의 능력이나 정성이 가늠된다.

<인간실격>의 주 몇 개를 보고 나는 짐짓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헤헤노노모헤지(へへののもへじ)”에 대해서다.

영광이네요. 많이 드세요.”

이 사람 빨리 안 가나, 편지라니,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군. 헤헤노노모헤지(へへののもへじ)*라도 그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_<인간실격> 새움출판사, 장현주 역, 본문 p.63

 

역자는 직역의 원칙에 따라 원문을 살리면서 각주로,

<히라가나의 ヘヘ(눈썹)’ ‘のの()’ ‘()’ ‘()’ ‘(얼굴 윤곽)’의 일곱 글자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놀이.>라고 설명을 붙였다. 다소 서툴지만 귀여운 그림과 함께.

헤헤노노모헤지(へへののもへじ)는 히라가나를 배울 때 외우기 쉽게 글자로 얼굴을 그리는 놀이라고 하니, 일본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대개 알 듯한데, 다른 역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궁금해서 살펴보았다.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런 분하고 있다니 영광이네요. 우유 많이 드세요.”

이 사람 좀 빨리 안 가주나. 편지라니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게. 틀림없이 가갸거겨 따위를 긁적거리고 있을 게 뻔합니다.

_M,<인간실격> 2004년 초판 출간, 20062, pp. 56-57

, 영광이네요. 많이 드세요.”

이 여자, 어서 좀 내려가줬으면. 편지 쓴다는 핑계를 대다니, 그 속이 훤히 보인다. 분명 가나다라만 줄줄이 쓰고 있을걸.

_S, <인간실격> 20186, p.61

 

과연 이 두 역자 분은 헤헤노노모헤지를 정말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지만 의역을 한 것이어도 문제고, 몰랐다면 더 문제인 것이다. 독자들만 바보로 만들고 있는 셈이니까.

번역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 각주 하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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