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펜 하나로 시작하는 캘리그라피
김연수 지음 / 디자인이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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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전공 과목 A+를 받으면서도 교수님이 글씨를 알아볼 수 있게 써주세요! 라고 글을 받을 정도로 정말적인 악필입니다 ㅠ.ㅠ 어렸을때도 부모님에게 한 소리 들었구요.


꼼꼼한 성격과 거리가 멀어서 소소하게 마음안정을 얻으며, 세심함을 기를 수 있는 취미를 하려고 했어요. 켈리그라피를 시도 해보려 했는데, 주변 주민센터나 백화점 문화센터는 여성분들이나 학부모님들이 많아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잘모르고 했다가 후회할지도 몰라서 우선 이 책을 사서 해봤습니다. 


소소하게 재미도 있고, 만족스럽네요. 겸사겸사 악필도 좀 나아지는 것 같고. 친구가 줘서 컬러링 북을 몇 번 해본적이 있는데, 이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처음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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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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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좋아하거나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두꺼운 미술사 책을 집어든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미술 입문서는 선사시대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시작해 서양의 전반적인 미술사를 다룬다. 의욕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하지만 어렵고 방대한 내용에 완독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데브라 드위트와 랠프 라만, 캐서린 실즈가 함께 집필한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된 미술사의 통념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감상의 길을 직접 선택하도록 안내한다. 독자 앞에 놓인 문은 총 4개로 각각 미술의 기초, 매체, 역사, 주제라는 문패를 달고 있다.


이 책 ‘게이트웨이 미술사’는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방식에 있어서 일종의 ‘전복’에 가깝다. 즉 미술사 책의 상투적 구성인 편년체를 지양하고 미술을 정의 내리는 글로부터 출발해 기초, 매체, 역사, 테마라는 4개의 독립영역 안에서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각양각색의 도판을 동원해 설명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선의 원리와 기능 편에서는 고대 나스카의 지상화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카날레토의 드로잉, 현대의 풍경 사진을 동원하고 여기에 최근 인기를 끈 일본의 만화 지면까지 등장시킨다. 또한 그동안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태평양 군도, 아메리카 미술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서도 골고루 내용을 안배하고 있다. 

책에는 이집트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 올메크족의 거대 두상,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고야의 ‘1808년 5월 3일’, 일본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 도러시아 랭의 ‘이주자 어머니’, 마티스의 ‘이카로스’ 등 모두 8점의 작품이 각 파트마다 수시로 등장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얼마나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은 완성된 작품 앞에 선 관람자로서 단순히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이 시대와 장르에 따라 어떻게 해석되는지 다층적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면 미술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선의 원리와 기능을 설명하면서 고대 나스카의 지상화와 18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의 드로잉부터 일본 만화책 ‘츠바사 크로니클’에서 지면을 어떻게 분할했는지까지 동시에 보여준다.

미술과 미술사에 대해 무지하더라도 흥미롭게 <게이트웨이 미술사>라는 거대한 문을 열 수 있다. 다른 이들에게도 이 문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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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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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언젠가 우리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왜 자신이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하느냐고. 보스트룀 교수는 기계가 언젠가 질문할 수 있는 이 위험한 질문에 우리가 먼저 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계는 무엇을 원할까? 왜 기계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 왜 인간은 존재해야 하는가? 이 거대한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많은 책을 읽지만 막상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김교수의 <빅 퀘스천>을 관심 깊게 읽었고, 최근에 언론 매채 등을 통해서 저자의 인터뷰를 접하곤 했습니다. 저자가 싱크탱크에서 주관하는 '건명원'이라는 학습 기관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가르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저자는 인공지능(AI)과 뇌과학 분야의 빼어난 전문가이자 카이스트에서 교편을 잡으며 격의 없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통해 10대 시절부터 시작한 독서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책은 궁극적으로 질문의 힘을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공학 기술력과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왜 우리는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가 하는 질문도 곁들여 질 수 있겠네요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는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이들의 답에서 허우적거리기 보다는 질문 자체의 중요성과 본질을 추구합니다. 남들이 제시한 답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질문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그것이 더 큰 차원으로 자신을 이끌기 때문입니다. 본질을 꿰뚫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깊게 생각해 보고 반대로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는 비단 과학자들만 사고하는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갈 때 우리는 본질을 꿰뚫는 시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모든 진정한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그 누구보다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공자보다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세계는 책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창고와 같습니다. 문학과 시, 역사학, 당대의 한계에 맞선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 김대식 교수가 평소에 추구하는 고학과 인문학의 통섭적 능력이 쉽게 길러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더 깊게 알게 되었습니다. 


"단 몇 분 만이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스마트폰, 불과 십 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다. 칠십 년 전 일제 강점에서 해방되었을 당시엔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없었고, 일반인이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어디 그뿐이랴. 300년 전엔 마취약도 항생제도 없이 염증 하나 때문에 임금이 죽고 왕자의 팔다리를 맨 정신에 절단해야 했다. 1만 년 전엔 도시도 길도 국가도 없었고, 10만 년 전 인류는 옷도 신발도 없이 매일 단지 그날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존재했을 뿐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책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책은 또 하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의 뇌가 몰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제가 이 책을 읽은 것도 뇌의 끌림인 덕일 것일까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준비를 하는 데 길잡이로 나아갈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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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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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다니엘 튜더가 한국과 사랑에 빠진 건 2002년 6월의 일이다. 아무도 손님을 맞을 생각을 하지 않는 울산의 한 호텔 로비에서 그는 다소 인성적인 경험을 한다.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안정환의 결승골에 환호하며, 길거리를 놔뒹군다. 이 상황을 바라보던 관광객은 그날 이후 대한민국을 뒤덮은 붉은 마법에 쓸려가, 한국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지난해 먼저 나온 영어판 《한국, 불가능한 나라(Korea, The Impossible Country)》의 번역본이다. 왜 ‘불가능한 나라’일까. 저자는 한국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단언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지금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같은 기준에 못 미치면 ‘루저(패배자)’가 되는 지독한 경쟁에 혀를 내두른다. 다니엘 튜터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출신이고, 그 또한 고난한 입시과정을 겪었지만, 한국의 과열된 입시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책 전체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지긋이 묻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뚝뚝 흘러나오는 것은 한류 열풍과 영화·음악 산업을 다룬 3장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그가 만난 인물들 중 유일하게 5쪽에 걸친 인터뷰에 등장한다. 저자가 최민식이 주연으로 나온 올드보이를 감명깊게 봤고, 외국인들도 그의 산낙지신을 흥미롭게 봤을테니 괜찮은 섡택이다. 저자가 본 최고의 홍대 밴드들과 힙합 그룹들을 하나하나 언급할 때는, 내가 저자보다 인디음악씬을 더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특히 신중현이 케이팝 그룹들보다 "백만 배는 더 훌륭하다라는 극찬을 퍼붇는다. 하긴 신중현은 콜택에서 헌정 기타도 받은 최고의 기타리스트 아닌가.

 

저자가 <기적을 이룬나라, 끼븜을 잊은나라>를 쓴이유는 영미권 독자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 책은 한국인인 독자에게 신선한 자기객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인인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그의 시야와 통찰은 놀랍다.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따끔한 일침을 보여줬다면, 타지에서 온 애정스런 시선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한국이란 나라를 직접 경험하며 저자는 기적을 이룬 덕분에 기쁨이 사라진 곳이 한국이라 말한다. 기적의 신화를 타파하거나, 행복의 기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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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 표민수 감독의 드라마 제작론
표민수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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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푸른 안개>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꽃미남 라면가게>까지 그가 참여한 작품은 거의 다 봤다. <꽃미남 라면가게> 같은 경우는 10에서 20대 여성을 위한 트렌디 드라마라, 걱정이 앞섰지만 역시 표민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빼어난 연출력과 영상미를 보여줬다.

 

저자는 드라마를 만들때, 생각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주 사소한 발상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가 만든 드라마는 모두 작은 생각에서 시작됐다는 말이다. 드라마를 자세히 관찰하면, 기획, 대본, 연출, 연기, 편집 등 드라마 제작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감독 혹은 PD의 세계관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표민수 감독은 이 <드라마 어떻게 만들것인가>에서 자신의 방법론을 속질하게 풀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마의 전반적인 제작과정과 구성에 대해서 충실히 담고 있다. 기획, 제작, 투자, 작가, 연출, 연기, 음악, 영향, 종합편집(믹싱) 등 드라마가 제작되는 과정에 대해 쳅터별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20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채특한 노하우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과감없이 펼쳐보인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드라마 주인공은 드라마 제작 PD다 하루 4시간도 자지 못하며, 촬영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며 드라마 감독은 멘탈뿐만 아니라 체력도 좋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수록 표감독의 깊은 세계관이 드러나 그에 대한 신뢰감이 커져갔다.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표민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애청자 혹은 독자라면 좋아할만한 이야기 거리도 가득하다. 이를테면, 표감독과 땔 수 없는 관계인 노희경 작가와의 일화도 흥미롭다. 노희경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목적지 같은 주제를 찾고, 철학자처럼 의미를 탐구하고,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우위인 그(표민수)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작가나 감독을 꿈꾸는, 수많은 후배들이 그의 선한 기록에 감동받길 기대하면서, 그의 고단한 기록에 고개 숙여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드라마 감독이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방송사 공채는 수백대 일이 넘아가고,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한국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열악하다. 외국에서는 흔한 일인 사전제작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드문 방식이다. 때문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애청자이건, 드라마 감독을 지망생이건, <드라마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독특한 방법론을 내포하고 있다. 표민수 감독의 다음 작품을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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