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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평점 :
천대받고 유령이 된 여성들
세계 밖으로 밀려난 존재들의 강렬한 반격
📚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 김이삭 소설집
▪ 번역가, 소설가
📚 한줄서평
▪ 성주단지, 야자 중 XX 금지, 낭인전, 풀각시, 교우촌 다섯가지 괴담 소설로 이루어진 책으로 이런 여름날에 읽기 좋은 책이에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괴담을 읽다보니 어릴적 이불을 뒤집어쓰면서까지도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괴담 속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호러.
📚 본문
p42
제가 새로 장만했던 항아리는 대들보 위에 놓여 있었거든요. 성주신을 모시는 성주단지였나 봐요. 제가 항아리를 깨뜨리기는 했지만, 성주단지도 새로 준비하고 반빗간도 청소했잖아요. 그래서 성주신이 제게 나타난 제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건 아닐까요?
그날 저는 귀도 보고 신도 보았던 거예요.
p78
그 괴담이 진짜였다고, 조금 전 본관에서 보았던 이는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였고, 지금 우리는 우리가 알던 광명고가 아닌 다른 광명고로 온 게 분명하다고. 빨리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p107
바로 광명고의 역사였다. 예원은 '그곳'이 어쩌다가 생긴 건지, 그 이유를 찾고 싶어 했다. 그래서 광명고의 역사를 파헤쳤다. 광명고가 원래는 어떤 곳이었는지,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사장이 어떻게 친일을 했고 미군정 때는 어떻게 태세를 전화했는지, 독재 정원 때는 어떻게 권력자에게 빌붙었는지, 학생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그리고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p118
저 여인이 누구던가. 천하절색이자 과부의 운명을 타고난 이가 아니던가. 열다섯에 얻은 서방 첫날밤에 잠자리에서 급상한으로 죽고, 열여섯에 얻은 서방 당창병에 튀고, 열일곱에 얻은 서방은 용천병에 펴고, 열여덟에 얻은 서방은 벼락 맞아 식고, 열아홉에 얻은 서방은 천하 대적이 되어 효수를 당했다. 스무 살에 얻은 이번 서방은 혼례날에 비상을 먹고 죽은 것이다.
p159
조선 팔도에 이런 소문이 돌았다. 평안도를 뒤흔들었던 청상과부 옹녀의 일곱 번째 변강쇠가 청상살을 맞았다는 소문이었다. 장승 하나가 그를 죽이고 시신마저 갈아버려 남은 게 고깃덩이와 뼈뿐이라고 했다. 시신을 수습해 매장을 도와준 매골승과 각설이들이 그 현장을 보고 토악질을 했다나.
p204
풍수지리를 잘 아는 할러미네 가문이 왜 이런 가옥을 짓고 살았는지 나는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할머니네 가문은 모든 길함을 안채와 사랑채에 몰아주고, 모든 흉함을 별당채로 보냈다. 일종의 거래인 셈이었다. 가문은 별당 여야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주고, 별당 여아는 별당에 머물면서 가문의 액운을 말아주는 것이다.
p225
"살을 날린다는 것은 그 살을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의 팔을 자를 때는 당연히 내 몸도 잘릴 것을 각오해야지요. 같은 팔이 잘리지는 않더라도 어딘가는 잘리기 마련입니다."
살을 날린다는 것은, 살을 맞는다는 것이다......
p233
저는 성사가 처음입니다. 자기의 죄를 남김없이 고하는 것이 고해성사라지요. 그런데 제가 지은 죄를 말씀 드리려면, 열 살 때 있었던 일부터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에서부터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지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p276
하지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요. 박해에 대해서라면, 저도 좀 알지요. 저는 박해를 역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교우촌이라는 소문을 냈답니다. 그런 소문이 퍼지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거든요. 구원의 피신처를 찾는 교우가 오기도 하고, 박해에 앞장서는 포졸과 외교인이 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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