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변호하는 일 - 무너진 한 사람의 빛나는 순간을 위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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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한 사람의

빛나는 순간을 위하여

@woongjin_readers

🌸 사람을 변호하는 일

🌸 김예원 지음
▪ '시각장애인 변호사', '인권 활동가', '공익변호사'
▪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장애인차별시정위원, 문화다양성위원, 검찰인권의원 등

🌸 한 줄 서평
▪ 온몸이 귀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된다.

🌸 본문
p13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본래 모습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저는 그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뿐이니까요. 똑같은 사람으로서 말이죠.

p33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간 그 과정을 통해 나는 공익 활동만을 전담으로 하는 변호사의 삶을 자연스레 배웠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묵혀 온, 어떤 법률가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의 실마리도 풀리기 시작했다.

p42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장애인이어서도 아니고, 장애를 극복했기 때문도 아니고, 대단한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꿀 것은 바꿔야 하고 할 말을 해야 하는 툭툭 모난 성격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건 자체는 참혹할지언정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인생을, 그 들숨과 날숨을 함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질구질해 보이는 그 삶들에서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나냐고?
그렇다. 믿어도 좋다.

p49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보면 보이는 것들을 조심조심하며 해보는 거다.

p51
'예원스럽게' 사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왕 일을 할거라면 제대로 해야겠고, 그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어김없이 재미있는 일, 신나는 일도 선물처럼 튀어나온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그렇게까지' 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사건을 통해 만나는 피해자들은 그냥 거쳐 가는 누군가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 중요한 일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 된다. 그래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일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가 된다.

p71
언제나 다짐해도 '반보 뒤에서 함께 걷는 것'은 참 어렵다. 내가 성큼 한 보 두보 앞설 수 있을 것 같을 때, 그게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생각될 때 '그래도 그건 아니야' 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정훈과의 일로 이 반보 간격의 중요성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앞서려고 하지 않기, 당사자 바로 뒤에서 마음 변화와 동선을 면밀히 살피며 가기,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숨결로 응원으로 서로 교감하기 느린 것 같아도 그렇게 가는 길이 나도 당사자도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기에 다시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동반자가 아닌 해결사는 절대 사절이라고.

p80
세상은 느리게 변한다. 결국 세상을 변하게 하는 것은 한 사람 한사람의 작은 변화다. 텀블러를 끝내 반납하지 않았던 그가 살아가며 '절도'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약간씩 불편해지기를 바란다. 스스로 돌이켜서 변화하기 어려운 우리네 인생에 때로는 그런 작은 파동들이 작동한다는 것을 믿어본다.

p139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슬픔이 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속 장면도 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 나에게 그 비밀스러운 슬픔과 괴로움을 고스란히 털어놓아야 했던 미숙의 마음은 이리저리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했을 것이다. 잘드는 가위로 확 자르면 속이 시원할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영영 사건이 드러날 수 없으니 힘들어도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 실타래의 끝이 현재의 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p330
"어떻게 그렇게 힘든 사건만 하죠?"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사실은 이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것을. 사건의 무거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작은 나눔을 통한 제자리 찾기에서 나온다. 덜어내는 만큼 채워지고, 주는 것 이상으로 받으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는 순간은 울퉁불퉁한 나 같은 사람도 오래오래 이 일을 하게 해주는 선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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