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동백꽃
김유정 / 책보요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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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일하기 좋니?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 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서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힁허케 달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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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단편을 맛보다, 하야마 요시키 편
하야마 요시키 지음 | 박소정, 조선혜, 조원로 옮김 / 책보요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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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무덥고, 숨 막히는 선실은 해로운 가스와 악취, 벌레와 세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 있던 환자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는 ‘취해 있었다.’ 그의 배 속에서는 백 퍼센트 알코올보다도 ‘훅 올라오는’ 콜레라균이 날뛰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처럼 순식간에 힘이 빠져나갔다. 그는 침대 위에서, 찬장에 매달려서,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 선실 안에서 몸부림쳤다. 내장에서 쏟아낸 끈적한 오물이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처럼 흔적을 남겼다. 그는 증기 기관차처럼 날뛴 끝에 뱃머리의 삼각형 창고로 이어지는 환풍구 위에 다다랐다. 그 뒤 완전히 잠잠해졌다.
그가 조용해진 뒤에도, 어둡고 무덥고 더러운 선실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마구 날뛰고 있었다. 다이산 긴토키마루호라는 탐욕스러운 노파는 부당하게 챙긴 몫을 들고 항해를 이어 갔다. 바다는 파란색 기름처럼 질퍽질퍽했다. 바람은 지옥에서조차 불어오지 않았다. 갑판에서는 선원들이, 기관실에서는 화부들이 저마다 자신을 고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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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하고 김 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6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7—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8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생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폭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띠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 하였다.9
그때에 김 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찌기 들어와요."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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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폼페이, 그날
제니 홀 (Jennie Hall) 지음, 이택근 옮김 / 책보요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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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이 여러 번 요동쳤다. 마치 폭풍우를 만난 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천둥이 치자 집 전체가 흔들거렸다. 아리스톤은 길고 가느다란 기둥 위에 서 있는 작은 동상을 보았다. 지진이 일면서 동상은 무너질 듯 이리저리 위태롭게 비틀거렸다. 그렇게 버티는 듯하다가 이내 쓰러지더니 높게 쌓인 돌무더기 위로 떨어져 산산이 조각났다. 그 위로 돌이 계속 떨어지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상 부스러기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아리스톤은 더욱 겁이 나기 시작했다. 벽에 그렸던 타나토스가 생각났다. 그 죽음의 신이 기둥 뒤에 숨에서 자신을 지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소름 끼치는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산을 보려고 고개를 들어보려 했지만, 돌이 자신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외딴 섬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폼페이 사람들은 다 죽은 걸까? 아니면 다들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걸까?
"도련님, 이젠 안 되겠어요.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요. 가만히 있다가는 돌무더기에 깔려 죽는다고요."
아리스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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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터 래빗 이야기, 벤저민 버니 이야기, 플롭시 버니 이야기 원서읽수다
베이트릭스 포터 / 책보요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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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McGregor was quite sure that Peter was somewhere in the tool-shed, perhaps hidden underneath a flower-pot. He began to turn them over carefully, looking under each.
Presently Peter sneezed—‘Kertyschoo!‘ Mr. McGregor was after him in no time.

✍be sure that~ 구문that절의 내용을 확신하다. 부사 quite(상당히, 꽤, 아주, 제법)는 sure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hidden으로 시작하는분사구는 Peter를 수식합니다.
flower-pot 명사a plastic or clay pot in which you grow plants. 화분.
turn over 구동사…을 뒤집다
❗피터가 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 sneeze는 무슨 뜻일까요? [영영사전풀이 힌트]if you sneeze, air suddenly comes from your nose, making a noise, for example when you have a cold

in no time 부사구(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곧
✍Mr. McGregor was after him~ be 동사 다음에 전치사 after 하나만 써도 ‘…의 뒤를 따라[쫓아]‘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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