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단편을 맛보다, 하야마 요시키 편
하야마 요시키 지음 | 박소정, 조선혜, 조원로 옮김 / 책보요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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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무덥고, 숨 막히는 선실은 해로운 가스와 악취, 벌레와 세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 있던 환자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는 ‘취해 있었다.’ 그의 배 속에서는 백 퍼센트 알코올보다도 ‘훅 올라오는’ 콜레라균이 날뛰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처럼 순식간에 힘이 빠져나갔다. 그는 침대 위에서, 찬장에 매달려서,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 선실 안에서 몸부림쳤다. 내장에서 쏟아낸 끈적한 오물이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처럼 흔적을 남겼다. 그는 증기 기관차처럼 날뛴 끝에 뱃머리의 삼각형 창고로 이어지는 환풍구 위에 다다랐다. 그 뒤 완전히 잠잠해졌다.
그가 조용해진 뒤에도, 어둡고 무덥고 더러운 선실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마구 날뛰고 있었다. 다이산 긴토키마루호라는 탐욕스러운 노파는 부당하게 챙긴 몫을 들고 항해를 이어 갔다. 바다는 파란색 기름처럼 질퍽질퍽했다. 바람은 지옥에서조차 불어오지 않았다. 갑판에서는 선원들이, 기관실에서는 화부들이 저마다 자신을 고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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