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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 체조하듯 산다 - 균형 있는 일상을 위한 김토끼의 숨 고르기 에세이
지수 지음 / 카멜북스 / 2020년 7월
평점 :
당신이 서평을 보시기 전에 몇 마디 덧붙일 말이 있습니다. 이 글은 서평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제 개인적인 글에 더 가깝습니다. 기대하실만한 서평보다는 책을 읽고 생각한 것들이 가득해요. 기대 없이 가볍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맨손 체조하듯 산다, 는 건 무엇일까. 책의 제목을 읽고 무심코 마음속에서 말을 내뱉었다. 맨손 체조하듯 산다는 것.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근육들을 풀어주고 자신을 가다듬는 것.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몰랐던 지금의 상태를 느끼고 말랑하게 만드는 것. 한 박자 쉬고 걸어가자,라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처럼 긴장을 빼고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런 것이 아닐까?
긴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여정을 떠나기 전 짐을 꾸리고 준비하는 것을 제외해도 말이다. 여정을 떠나더라도 우리는 순간순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때로는 계속 달리다가 달궈진 체온과 메마른 콧구멍과 목구멍을 느낀다. 폐에서는 쌕쌕소리가 나서 지친 풍선처럼 한숨을 몰아쉬다가 푸시식 하고 공기가 빠져버릴 것 같다. 그럼 그 때야 비로소 체감한다. 쉬어야 했구나, 쉬어야 했어.
달리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때 체력측정을 위해서는 1km를 숨 가쁘게 달려야 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달려서 3등 안에 들었지만 그 끝에는 기쁨이 아니라 죽을 것 같은 몸의 한계가 있었다. 몸의 물을 다 뱉어낸 듯 목구멍이 메말라 서로 딱 붙어버리고, 폐는 뒤집어질 것만 같이 버둥거렸다. 그리고, 토할 것 같았다. 그때 내가 느낀 교훈은 "지나치게 무리해 달리지 말 것"이었다. 나는 이기고 싶었고, 남들보다 잘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그것을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제쳐두고, 힘든지 안 힘든지는 미래의 나에게 몽땅 돌려놓았다.
그때 최선을 다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시 달린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느긋하게 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도리어 그때의 내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것도 몰라서 더 최선을 다했던 내가.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하나씩은 꼭 있지 않았는지. 하지만 그러한 경험을 겪은 후 우리는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법을 더 잘 알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실수를 하고 상처도 받지만, 그런 실패들과 손을 잡으며 우리는 서서히 자신을 정돈하는 법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지수작가는 자신이 "숨을 가다듬고 유연하고 자유롭게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떨 때 기분이 좋아지는 지를, 주변의 사랑하는 풍경들을, 기꺼이 감수하는 불편함을. 단순하게 살아가며 맨손 체조하듯 자신을 정돈하고 직접 해결하는 삶을. 공간과 생활과 일을 맨손 체조하는 것처럼 균형 있게 맞춰가는 일살 지수 작가의 그런 일상에 푹 빠져 읽다 보면 단순하지만 어려워서 때로, 또는 자주 우리가 잊어버렸던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잘하고 있어, 이 정도면 충분해" 우리는 언제부터 스스로에게 행복해하는 것을 잃어버렸을까 분명 우리는 잘 잊어버리고 잘 까먹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긴장하고, 지나치게 나를 몰아세우고, 그러다가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지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다음 말을 그럴 때마다 떠올리려고 한다. 정말 간단하고 가볍지만, 나를 홀로 서게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말.
그 말을, 지수 작가는 이 책의 시작에서 썼다.
"숨을 깊게 마신 다음 시작해 볼까요?"
정말 그 말 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