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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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기도밖에는 줄 수 있는 게 없구나. 일전에 어느 피정지에서 들었어. 불교에서 용맹정진
(勇猛精進)
이라는 수련이 있는데 그 용맹정진이 이런 거래. 힘겹고 아파서 더 이상 들어 올릴 수 없는 오른발을 들어 왼발 앞에 놓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왼발을 들어 오른발 앞에 놓는 것. 그 한 발, 한 발, 그게 용맹정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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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평은 힘이 세서 무시하려고 애를 써도 마음을 어지럽힌다. 종일 신고 걸어야 하는 운동화 속에 도드라진 실밥 같다. 작디작은 부분인데 닿을 때마다 살이 쓸리고 물집이 잡혀 걸음 모양까지 바꾼다. 그럴 때마다 오래전에 듣고 새겨둔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릴 때는 네가 식당을 한다고 상상해봐. 백 명에게 음식을 팔면 누군가는 싱겁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맵다고 할 거야. 하루는 누구 말을 듣고 소금을 더 넣고 하루는 누구 말을 듣고 고춧가루를 뺀다고 쳐. 그럼 어떻게 될까.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음식이 나올 것이고 그 식당은 망하겠지. 그렇게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 입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네 입맛과 통하는 사람들, 네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찾아올 거고 너는 그들과 살아가면 되는 거야."

세평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 입에 맛있는 음식’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부단히 다른 음식도 먹어봐야 하고 연구도 거듭해야 한다. 오랫동안 내 음식을 먹어준 단골의 묵직한 한마디를 새겨듣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툭 던진 말에 일희일비하고 안달복달하며 매일의 노선을 바꾸는 것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주방장이 휘청거리면 음식 맛도 갈피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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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모진 댓글에 상처받았다고 토로하면 아흔아홉 명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데 왜 한 명의 악평에 고통받느냐는 말이 돌아온다. 나는 답한다. 타인의 부정적인 마음이나 악의는 잉크 방울 같아서 한 방울만 떨어져도 마음 전체를 잿빛으로 물들인다고. 그 마음이 희석되려면 떨어진 잉크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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