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평은 힘이 세서 무시하려고 애를 써도 마음을 어지럽힌다. 종일 신고 걸어야 하는 운동화 속에 도드라진 실밥 같다. 작디작은 부분인데 닿을 때마다 살이 쓸리고 물집이 잡혀 걸음 모양까지 바꾼다. 그럴 때마다 오래전에 듣고 새겨둔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릴 때는 네가 식당을 한다고 상상해봐. 백 명에게 음식을 팔면 누군가는 싱겁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맵다고 할 거야. 하루는 누구 말을 듣고 소금을 더 넣고 하루는 누구 말을 듣고 고춧가루를 뺀다고 쳐. 그럼 어떻게 될까.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음식이 나올 것이고 그 식당은 망하겠지. 그렇게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 입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네 입맛과 통하는 사람들, 네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찾아올 거고 너는 그들과 살아가면 되는 거야."
세평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 입에 맛있는 음식’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부단히 다른 음식도 먹어봐야 하고 연구도 거듭해야 한다. 오랫동안 내 음식을 먹어준 단골의 묵직한 한마디를 새겨듣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툭 던진 말에 일희일비하고 안달복달하며 매일의 노선을 바꾸는 것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주방장이 휘청거리면 음식 맛도 갈피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