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수록 신기한 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처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하늘 아래 똑같은 것도 실은 없다. 어제 그 하늘이 오늘의 저 하늘은 아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그것을 섬진강이라 부른다고 해도 어제 그 강물이 오늘 저 강물은 아니며, 수만 년 동안 남들이 한 그 사랑이 내 첫사랑은 아닌 것이다.

나는 이곳에 와서 그냥 자연에 맞춰 살아보고 싶어서 아침 시간에 알람을 사용하지 않았다. 글쓰기와 육아 혹은 강연이나 행사 같은 모든 의무를 벗어버리고 온전히 ‘그냥’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무, 밥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을 모두 벗어던질 수 있는 것, 그것이 시골에서 혼자 사는 것의 미덕이다. 생활비가 반 이하로 줄었다.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지면 내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눕고 싶을 때 눕는다. 겨울이 되면 내 잠도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다만 침대 곁의 동쪽 창이 밝아오면 나는 더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오늘에 대한 설렘 때문이다.

오늘 나는 무슨 ‘처음’을 맛볼까? 오늘은 어떤 꽃이 새로 피고, 오늘은 어떤 싹이 새로 돋고, 오늘은 어떤 구름이 어떤 바람을 타고 내 곁을 스칠까? 그것은 모두 처음이 될 것이고, 이 처음은 내가 맛볼 마지막 처음일 것이기에 이 단어를 쓰고 있자니 다시 설렌다. 설렘을 가진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편의 단편 소설
1.된장이 된
2.불타는 작품
3.전설적인 존재
4.Y -ray
5.책상
6.다옥정 7번지
7.오두막
8.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오래전 읽었던 단편 소설 이었는데
다시 펼쳐보았다
윤고은 작가와 정소현 작가의 대담
그리고 나의 생각들이
이 소설의 이해와 재미가 더 있었던것 같다

4년 전 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그건 커피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한 잔의 종이컵처럼 배출되었을 때 나를 집어 든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내 졸업이 잘못된 주문이라도 된다는 듯, 나는 자판기 밖도 안도 아닌 투출구에서 멈춰버렸다. 내 안의 커피는 조금씩 식어갔다. 나를 조금 덜 외롭게 하는 건 방금 머리 위로 떨어진 또 하나의 종이컵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진, 그렇게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는, 그러나 누구도 찾아가지 않는 종이컵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 내게 위안이 된다는 게 슬펐다. 비로소 내가 깔고 앉은 종이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나보다 조금 먼저 배출되었을 그 종이컵은 이미 식어 있었다. 나보다 조금 늦게 배출된 종이컵 역시 나를 비슷한 온도로 느낄 거였다. 미지근하게. 더 이상 뜨겁지 않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나 책상 하나의 무게는 다 짊어지고 걸어가는 게 아닐까. 오늘 내가 뭔가에 짓눌린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내게 할당된 양이니 감당해야 한다고 말이죠. 빼면 다시 채우고 빼면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저 늙은 선생도 있는데, 나라고 여기서 물러날쏘냐 싶었던 겁니다. 누구든 인생이 몇 조각으로 큼직하게 부서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통으로 붙어 있는 인생은 없다, 그건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그 밤, 책 읽는 의자 위에서 기암을 목격했던 순간은 내 인생의 조각과 조각 사이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나는 덕분에 날아올라 다음 조각으로 넘어갈 수 있었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사건들
그 과정들을 담은 소설이다

엄마는 엄마데로
아들은 아들데로
삶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들

교정원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말하고 있잖아~~~

어느 새벽, 술 취한 엄마가 방에 들어와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또 눈물이 흘렀다. 나를 욕하는 건 견딜 수 있다. 누군지 모르는 아빠를 욕하는 것도 견딜 수 있다. 그런데 나를 낳아서 불행하다는 엄마를 엄마 스스로 욕하고 저주하는 건 못 견디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