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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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록 신기한 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처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하늘 아래 똑같은 것도 실은 없다. 어제 그 하늘이 오늘의 저 하늘은 아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그것을 섬진강이라 부른다고 해도 어제 그 강물이 오늘 저 강물은 아니며, 수만 년 동안 남들이 한 그 사랑이 내 첫사랑은 아닌 것이다.

나는 이곳에 와서 그냥 자연에 맞춰 살아보고 싶어서 아침 시간에 알람을 사용하지 않았다. 글쓰기와 육아 혹은 강연이나 행사 같은 모든 의무를 벗어버리고 온전히 ‘그냥’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무, 밥을 해줘야 한다는 강박을 모두 벗어던질 수 있는 것, 그것이 시골에서 혼자 사는 것의 미덕이다. 생활비가 반 이하로 줄었다.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지면 내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먹고 싶을 때 먹고 눕고 싶을 때 눕는다. 겨울이 되면 내 잠도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다만 침대 곁의 동쪽 창이 밝아오면 나는 더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오늘에 대한 설렘 때문이다.

오늘 나는 무슨 ‘처음’을 맛볼까? 오늘은 어떤 꽃이 새로 피고, 오늘은 어떤 싹이 새로 돋고, 오늘은 어떤 구름이 어떤 바람을 타고 내 곁을 스칠까? 그것은 모두 처음이 될 것이고, 이 처음은 내가 맛볼 마지막 처음일 것이기에 이 단어를 쓰고 있자니 다시 설렌다. 설렘을 가진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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