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간직한다’라는 말은 생각이나 기억을 마음속에 새겨둔다는 뜻이잖아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돌처럼 단단하지 않아서 무언가를 새기려면 한 번, 두 번, 세 번, 보고 또 보면서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조금은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 기록을 남겨보면 어떨까요?소중한 순간을 오래오래 간직하면서, 바래지 않는 기억으로 마음에 새겨지도록.
지인에게 전화해서 연인이나 남편에 대해 얘기하면 당장은 속이 편할지 몰라도 말하고 난 뒤엔 마음이 찝찝하잖아요.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니까요. 갈등을 대화로 잘 해결하고 싶은데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아서 원치 않는 다툼을 하게 되니까, 일단 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어요. 격해진 감정에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것보다 책상에 앉아 눈물 뚝뚝 흘리며 글을 쓰는 게 나으니까요.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쓰길 너무 잘한 것 같아요. 노트에 무슨 대단한 내용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남편의 모습이 마치 슬로 효과를 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찬찬히, 자세히 보이거든요.
아기가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수백 번 넘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고 걷잖아요.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서툰 일이라도 도전을 거듭해 익숙해지는 것을 이미 온몸으로 체득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수투성이어도 괜찮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니까요.완벽한 삶이 없듯, 완벽한 기록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글씨를 틀리면 수정 테이프로 지우면 되고, 페이지를 망치면 찢거나 그냥 넘기면 돼요.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