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기쁨이다. 누군가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것도 기쁘지만,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부터가 이미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안나는 약속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순수하게 기쁨으로 느꼈다.
그런가 하면 뛰어가는 게 기쁨인 남자아이도 있었다.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항상 저만치부터 해인은 참 열심히도, 온 힘을 다해 뛰어왔다. 기다려준 사람에게 성의를 다하려는 것처럼.
해인은 안나 앞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가쁜 숨을 골랐다. 입을 다물고 웃으면 눈 가장자리와 양쪽 뺨에 고양이처럼 주름이 몇 가닥 지어졌는데 안나는 그의 선한 미소를 보면 안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