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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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밀실이라고 트릭을 알려준다. 자!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맞춰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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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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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열 손가락 안에 꼭 들어가는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 가운데서는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가장 처음으로 접한 책이기도 하고 몇몇 가까운 친구들에게 “너는 마치 쇼코 같아”라는 말을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알코올중독자인 부인과 동성애자인 남편의 생활을 그린 이 책은 다수가 인정하고 다수가 옳다고 결정하는 것들이 꼭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연애소설치고는 꽤 무거운 교훈을 알려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거나, 사랑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믿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마치 ‘물을 안은 것처럼’ 무모하고 위태로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런 무모하고 위태로운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관계에서 시작한 쇼코와 무츠키 사이에서도 사랑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더 놀라운 것은 곤까지 수용하는 쇼코의 태도다. 남편을 사랑하기에 남편의 애인까지 수용하고자 한 쇼코와, 부인을 사랑하기에 부인의 터무니없는 결정에도 믿고 따라준 무츠키 그들은 모두 무리에서 이탈한 은사자들이지만 어떻게 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무츠키의 연인 곤도 그런 의미에서는 은사자다. 

심한 울증과 히스테리, 알코올중독으로 주위 사람을 가끔(무츠키에게는 자주) 곤란하게 하는 쇼코가 나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도 내게는 소중했던 책이다(도깨비면 어때, 나를 닮았다는데-_-;) 여담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을 3개 국어 버전으로 가지고 있다. 같은 내용의 소설인데 나라마다 보여주는 표지 이미지는 각각 다르다(물론 우리나라 번역서는 원서의 이미지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무츠키와 그런 무츠키를 바라보는 쇼코,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는 한 그들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어디에 있든, 언제든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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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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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생각지도 않게 예전에 읽었던 책이 불현듯 생각날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데, 오늘 내 머릿속에 내려앉은 책은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다>
“뉴욕은 미궁 같은 도시다. 구역과 거리를 아무리 잘 알게 되어도, 언제나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미궁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문학적 변주와 자아 찾기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인 차는 있겠지만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접한 오스터의 소설이다
<유리의 도시>(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 <유령들> <잠겨 있는 방> 세 편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느낌의, 그러나 같은 무게를 가진다
뉴욕에 사는 소설가 퀸은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으로 일련의 탐정소설을 쓰는 작가다 어느 날 퀸(그러고 보니 퀸은 의도된 이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탐정하면 역시 엘러리 퀸이지)은 우연히 탐정을 찾는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그 잘못 걸려온 전화로 인해 피터 스틸먼의 아내로부터 피터의 아버지인 피터 스틸먼(이름이 같다!)을 감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간의 진정한 자연 언어’를 발견해야 한다는 악마적 충동에 사로잡혀 아들을 9년 동안이나 독방에 감금해놓고 언어 사용을 금지시키고 학대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남편이 아버지의 출소로 다시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몰두와 강박관념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랄까 만화로 보면 더 사실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유령들>은 블루라는 남자가 블랙이라는 남자를 감시하는 이야기다 역시 누군가의 행동을 관찰하는 내용이다 블루는 자신의 정체도 밝히지 않은 화이트의 의뢰를 받아 블랙을 감시하게 되지만 감시의 목적도 없다 그저 주기적으로 감시 보고서만 쓸 뿐이다 결국 정신적인 패닉에 빠진 블루가 직접 블랙을 찾아가며 그동안 가졌던 의문을 하나씩 풀어간다 <유령들>은 누군가를 감시하는 테두리보다 블루 머릿속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잠겨 있는 방>은 스릴러적 묘미를 자아낸다 어릴 적 친구 팬쇼의 미발표 원고로 일약 스타가 된 ‘내’가 실종된 팬쇼의 편지를 받으며 그를 뒤쫓으며 이야기가 커진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명성과 행복한 가정이 붕괴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떠는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팬쇼를 찾아내야만 했다 결국 그가 찾으려 애쓰던 것은 팬쇼라기보다 자기 자신이었을 거다   

빽빽한 행간 사이로 끊임없이 독자가 아닌 ‘나’를 자극한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의 매력에 폴 오스터의 이름을 강하게 각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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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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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새하얀 순백의 눈 속에 핀 빨간 동백꽃.
<은교>의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차가운 겨울이 품고 있는 빨간 동백을 훔쳐본 기분이었다. 인간은 욕망은 태평양보다 넓고 서릿발처럼 냉정하며 열병처럼 식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욕망이 피워낸 한 송이 동백이 바로 ‘은교’다. 
니보코프의 <롤리타>가 사랑과 파멸을 환상으로 포장한 절망의 시라면, <은교>는 생명력 넘치는 청춘에 대한 갈망과 거기서 피어나는 관능을 나지막이 읊조리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책을 손에 쥐고 위대한 시인 이적요를 묘사한 내용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거친 바다를 가르는 ‘산티아고’의 모습이었다. 청새치를 잡기 위해 분투하고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이지만 위대한 사자의 꿈을 꿀 수 있는 산티아고의 모습을 좀 더 담담하고 굵게 그려내면 이적요가 그려지지 않을까 남몰래 상상하며 책장을 넘겼다. ‘노인’이라는 암시가, 그의 나이가, 아니 나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이적요의 열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 그는 욕망이 거세된 달마 같은 사람이라야 옳았다. 이 모든 것을 비극이라 한다면, 비극의 시작은 휴화산처럼 자신의 열정과 갈망을 감쪽같이 숨긴 이적요의 놀라운 인내심에 있다. 그 은근한 갈망이 화산처럼 뿜어져 나온 데, 바로 은교가 있다.
이른 초봄, 깨끗한 새싹들이 풍겨내는 싱그러운 향기를 머금은 열일곱의 은교는 이적요에게 순백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이적요는 꿈틀대는 자신의 욕망을 감지하며 혹여 자신이 은교를 더럽힐까 노심초사한다. 순간순간 열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이적요의 욕망이 추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감정이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사랑’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흔의 시인은 스무 살 청년처럼 사랑을 시작한다. 게다가 그 사랑은 풋풋하고 어설프게 시작하는 첫사랑의 모습을 닮았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한낱 치기어린 연애소설이란 말인가!
첨예한 대립각이 서 있다. 은교를 사이에 두고 스승 이적요와 제자 서지우는 자신들이 함께한 세월을 버릴 만큼 날카롭게 대립한다. 두 사람의 대립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누른다. 이적요의 욕망이 생명에의 갈구와 탐미를 향한 것이라면, 서지우의 욕망은 지극히 현실에 안주하는 듯 보인다. <은교>의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나약한 것은 바로 서지우다. 그는 허우대 좋은 몸을 지녔지만 그의 심성은 갈대보다도 약했다. 이적요의 강단도 은교의 용기도 그에게는 없었다. 이적요가 자신의 마음으로 눈으로 은교를 보듬을 때, 서지우는 몸으로 그녀를 탐한다. 이적요와 서지우의 칼날이 쨍 하고 부딪히는 순간이다. 비극 속 갈등의 최고봉은 역시 예기치 못한 살인이다. <은교>가 삼각관계의 연애 담에서 서스펜스 스릴러로 넘어가는 순간이다(이러니 책장을 덮을 수가 있어야지!)  
이적요의 비밀일기는 자신의 탐욕과 갈망을 고백한 수기가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적어 내려간 연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은교. 롤리타도 소녀도 아닌 그녀는 바로 살로메라 불리는 유디트다. 순백의 모습을 가졌지만 그녀의 손에 들리는 것은 사내의 목이다. 이 역시 운명인 것이다. 유디트가 될 수밖에 없는 순백의 은교,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책을 읽는 내내, 꼭 밤에 읽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조언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갈망과 욕망, 그리움과 사랑, 미움과 질투가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는 순간, 그때가 바로 <은교>를 읽을 적기이다.
오랜만에 만난 수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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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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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간소식을 보고 놀랐다. 드디어 도정일이 번역한 김은국의 소설이 나왔구나!

1960년대 강용흘과 김용익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계 미국 문학을 본격적인 궤도로 올려놓은 이가 바로 김은국이다. ‘순교자’는 처녀작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일으켰다.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그래서일까. 현대 영문학을 공부하던 사람이라면 낯익은 한국인 이름을 보게 된다. 그만큼 이 소설의 위상은, 지금 한국 소설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아쉽게도 국내에서 정본을 구하기 어려워 아이러니하게도 조악한 복사본으로 봐야했는데, 이제라도 풀렸으니 다행이다. 이 책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소식일 듯.

이 책을 읽은지 좀 됐기에 자세한 내용 소개는 피하기로 하자.
그럼에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한국전쟁의 참상과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그리는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존주의’에 관한 진지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대, 한국계 작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사소설이 유행하는 최근의 동향을 보면 말이다.

보편성 획득. 이 소설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건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내가 쓴 책도 아니지만, 내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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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6-1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은국이 이 소설을 통해 건드린 문제는 이청준, 정찬, 이승우도 깊이 다루고 있죠. 물론 말씀하신대로 앞서 나간 점은 있지만 지금의 한국 소설이 도저히 따르지 못할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구요.
1964년 작품이니 실존주의가 아직은 유효할 때고,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가 영어로 작품을 써냈으니 서구의 문학인들과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60년대 우리 문학도 최인훈 같은 작가는 꽤 높은 성취를 이루고 있구요.
우리 문단에 현재 사소설이 유행하나요? 사소설을 어떻게 이해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성적인 소설을 사소설로 말씀하시는 듯 한데 일본적 의미의 사소설과는 또 다르다고 봅니다.
저도 이 소설을 아껴 봤는데요. 몇 마디 보탭니다.

웽스북스 2010-06-20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까지 판매되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재작년까지였나? 전 재작년에 샀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