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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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생각지도 않게 예전에 읽었던 책이 불현듯 생각날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데, 오늘 내 머릿속에 내려앉은 책은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다>
“뉴욕은 미궁 같은 도시다. 구역과 거리를 아무리 잘 알게 되어도, 언제나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 미궁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문학적 변주와 자아 찾기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인 차는 있겠지만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접한 오스터의 소설이다
<유리의 도시>(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 <유령들> <잠겨 있는 방> 세 편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느낌의, 그러나 같은 무게를 가진다
뉴욕에 사는 소설가 퀸은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으로 일련의 탐정소설을 쓰는 작가다 어느 날 퀸(그러고 보니 퀸은 의도된 이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탐정하면 역시 엘러리 퀸이지)은 우연히 탐정을 찾는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그 잘못 걸려온 전화로 인해 피터 스틸먼의 아내로부터 피터의 아버지인 피터 스틸먼(이름이 같다!)을 감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간의 진정한 자연 언어’를 발견해야 한다는 악마적 충동에 사로잡혀 아들을 9년 동안이나 독방에 감금해놓고 언어 사용을 금지시키고 학대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남편이 아버지의 출소로 다시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몰두와 강박관념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랄까 만화로 보면 더 사실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유령들>은 블루라는 남자가 블랙이라는 남자를 감시하는 이야기다 역시 누군가의 행동을 관찰하는 내용이다 블루는 자신의 정체도 밝히지 않은 화이트의 의뢰를 받아 블랙을 감시하게 되지만 감시의 목적도 없다 그저 주기적으로 감시 보고서만 쓸 뿐이다 결국 정신적인 패닉에 빠진 블루가 직접 블랙을 찾아가며 그동안 가졌던 의문을 하나씩 풀어간다 <유령들>은 누군가를 감시하는 테두리보다 블루 머릿속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잠겨 있는 방>은 스릴러적 묘미를 자아낸다 어릴 적 친구 팬쇼의 미발표 원고로 일약 스타가 된 ‘내’가 실종된 팬쇼의 편지를 받으며 그를 뒤쫓으며 이야기가 커진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명성과 행복한 가정이 붕괴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떠는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팬쇼를 찾아내야만 했다 결국 그가 찾으려 애쓰던 것은 팬쇼라기보다 자기 자신이었을 거다   

빽빽한 행간 사이로 끊임없이 독자가 아닌 ‘나’를 자극한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의 매력에 폴 오스터의 이름을 강하게 각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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