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이르게 되는 곳 :
인간과 기계(인공지능로봇)의 차이는 있는가? 지구도 생명체인가? 가상현실의 나도 나인가? 인터넷은 스스로 진화하는 생명체인가?
이중 인간과 기계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심도 있게 진행한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1. <네 번째 불연속>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 브루스 매즐리시는 ‘인간과 기계는 함께 진화한다.’는 테제를 역사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껏 인류는 세 가지 불연속을 경험하였는데, 그 첫 번째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지구는 거대한 우주의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조각이라고 밝힌 것이고, 두 번째는 찰스 다윈이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보장했던 인간의 우월적 지위를 박탈하고 인간도 동물의 후손일 뿐 이라고 증명했으며, 세 번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자아가 육체의 주인이 아니라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불쌍한 존재임을 정신분석으로 입증합니다. 즉 코페르니쿠스와 다윈, 프로이드는 우주, 동물, 무의식에 대한 우리의 착각을 제거해 준 겁니다.
이상의 역사적인 세 가지 충격으로 인간은 우주, 동물, 그리고 자아자신과 연속적인 스펙트럼 안에 놓이게 됩니다.
이제 인류는 네 번째 불연속 또는 이분법과 마주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은 자신이 기계보다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라는 믿음입니다. 이에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기계와 인간의 본질을 추적하여 인간과 기계 사이의 불연속을 걷어내고자 합니다.
3부가 특히 읽을 만합니다.
유전공학은 동물을 기계로 바꾸려는 가장 최근의 시도입니다. ‘산업화된 생명’이라는 용어도 나오며, 최근 경제적 이득 때문에 생명의 기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유전공학의 발달은 인간을 생물학을 통해 기계적 동물로 환원시킨다는 역설적 상황도 지적합니다.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과 마음의 본질을 논하며, 우리는 컴퓨터를 어떻게 보는가 또는 어떻게 느끼는가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셔리터클의 <제 2의 자아>에서 컴퓨터에 대한 어린이의 반응을 연구하면 어떤 아이는 컴퓨터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아이는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사람과 컴퓨터의 관계는 개개인에 따라 그 폭이 넓다는 겁니다.
‘컴퓨터혁명의 요체는 앞으로 지식생산의 주체가 사람의 머리에서 기계로 넘어간다는 데 있다’(에드워드 파이겐바움) ‘컴퓨터는 이제 자기복제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컴퓨터로 컴퓨터를 설계하고 컴퓨터가 새 컴퓨터의 제조를 감독한다.’(마빈 민스키) 즉 컴퓨터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특성은 감정과 이성인데, 동물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기계(컴퓨터)는 이성을 갖고 있습니다. 동물-인간-기계는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갖습니다.
이 책은 인간이란 무엇이고 기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인간이 기계와 연속적인 선상에 놓여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의 유전공학과 컴퓨터-인공지능의 발달은 이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다른 존재와 달리 특별하다는 순진한 자존심만으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인간은 진화하는 존재이고 특히 현대에는 기계와 함께 진화한다.’
2. <위험한 생각들>
엣지재단 Edge foundation의 포럼 www.edge.org 에 석학 110명이 올린 글모음입니다. 인상적인 내용들을 소개합니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사이에 질적인 차이는 없다. Irene Pepperberg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사이에는 뛰어 넘을 수 없는 간격, 즉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뇌의 용량이나 신경세포의 숫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며 그 차이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물체를 결정한다.
모든 물체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 Ruddy Rucker
범신론, 모든 물체에 마음이 있다. 별, 언덕, 의자, 바위, 종잇조각, 피부박피, 이들 각각은 인간과 같은 내면의 빛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적인 내적 경험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방안에서 내 주위에 있는 사물들이 내적인 빛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기분 좋은 감각이다. 그러면 사람은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
인터넷은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다. Terrence Sejnowski
1969년에 시작된 인터넷은 그 발명자조차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로 확장되어 왔다. 인터넷과 우리의 인터넷검색능력은, 뇌의 기본저장용량과 통신용량의 범위 안에 있지만 2015년이 되면 인터넷이 이를 추월할 것이다. 인터넷의 성장은 공학보다는 생명의 진화에 훨씬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