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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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엄마는 '아무도 그녀의 인생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곰소의 그 남자만이 유일한 생의 위로지요.

인생에선 순간순간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남자라면 아들, 학생, 청년, 아저씨, 아버지, 할아버지  이렇게 역할이 변합니다.
여성이라면 소녀, 여학생, 여대생, 처녀,아내,아주머니,주부,어머니,할머니  뭐 이렇게 변하겠지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이 역할에 의문을 가지면 삶이 기우뚱 흔들립니다.
어느 소설가가 '거리의  짧은 치마 입은 여성을 보면 속으로 그래 이 시절도 잠깐이다, 너희도 곧 주부가 되고 할머니가 될 것이다'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반대로 동네 할머니들을 보면 저분들도 종아리가 예쁘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부끄러움을 지녔던 소녀시절이 있었겠지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엄마'가 그렇습니다.
딸에게는 처음부터 '엄마'였습니다.
소녀시절의 엄마, 아버지만나기전에 연애하는 엄마는 정상적인 인생의 길에서는 딸에게는 없는 겁니다.
아버지도 그렇지 않나요.
코흘리개 국민학교 시절의 아버지, 어머니 만나기전 연애하는 청년아버지, 이런 상상도 드문 겁니다.

요즘 소통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이번 대통령과 국민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소통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랍니다.
하나는 말할 기회를 주는 것 turn taking,
또 하나는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perspective taking입니다.
이 소설은 상대의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꼭 소통해야하나? 자신의 역할에 서로 충실하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의문 말입니다.
서로 이해하려고 역할을 바꾸고 노력하면 세상이 아주 많이 변하나?
이 소설이 인상적인 것은 어머니라는 소재로 입장을 바꾸니 공감대와 충격이 컸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엄마는 '아무도 그녀의 인생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런 존재'로 그려져있습니다.
그래서 더 엄마가 불쌍하게,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엄마가 남들이 나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엄마는 어린 시절 그리고 늙은 후 한참까지도 자식에게는 현실적으로 강한 분 아닌가요.
이 소설에서는 너무 길 잃어버린 후 엄마를 희화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었다는 지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다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거나 평소에 하고 싶던 말을 했냐고.
책은 공감이 갔는데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답하더군요.
그래도 책을 읽고 어머니에 대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책값은 한 겁니다.
전화나 말을, 편지를 건넸다면 더 값어치 있는 독서체험이었겠지요.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들을 써봤습니다.
의미 있는 독서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나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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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2009-08-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읽는 방향이 다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