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 일반판 상,하 세트
나스 키노코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에 앞서 우선 나스 키노코라는 작가의 세계관 공유라는 특징을 간단하게 들춰 보겠다. 

모호한 판타지라고 볼 수 있는 마술(魔術)이라는, 이 세계의 역사에 존재-문헌의 기록-하는 미스터리와 그로테스크한 확고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관은 마술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출신성분이 분명치 않은 허구가 절대로 아닌 정말로 있을 수 있는 현실이라는 어딘지 동떨어져 보이면서도 리얼하다는 장점을 거머쥔다.

우선은 마술사와 마법사.

사실 마법과 마술은 어딘지 동류의 느낌이다. 좀 허황된 소재일지도 모를 이 두 관계에 대해 작가는 소설의 세계관을 위해 마술사와 마법사를 나누었다.

마법사는(마술사의 고위단계로 네 가지 색깔을 부여받은 최고의 존재로 설정하고 있다) 다수가 아닌 딱 네 명(만화에서 말하는 레벨의 조절이라고도 볼 수 있는)만이 존재한다고 설정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서 마법사는 한 두 명 정도, 그것도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아니라 얼굴만 살짝 비추어 이야기의 계기를 마련해주거나 인물들간의 대화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정도이다.

그가 만드는 이야기의 주연들은 대부분 마술사들이다(마술과 마법의 개념은 위에서 설명했다).

마술사. 어딘지 어둡고 불안한 존재들.

사실 마술이라는 개념을 숙고하려면 철학과 과학, 그리고 신과 진리에 향하려는 인간 한계의 범주를 뛰어넘는 이성적인 면까지 들추어 내야 한다.

나스 키노코의 작품에서도 이 마술사들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만큼 모두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또는 마물이라 불리는 존재가 되기도 하여- 버리고 불사를 택한 존재들인 것이다.     

사실 역사적인 기록에 남겨져 있는 유명한 마술사들(아그리파나 파라켈수스, 로젠크로이츠 등)은 인간을 뛰어넘고 이계의 존재들과 교류를 맺었다는 기록에 의해 불사의 존재일 것이라는 인상을 남긴다.(실제로 로젠 크로이츠는 200년 후 부활의 암시를 문헌에 기록하고 있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진실.

인간이라면 한번 쯤 추구해 볼만한 것을 그의 작품 속 마술사와 초인적-너무나 리얼한- 존재들은 추구한다. 

나스 키노코가 말하는 이른바 '아카식 레코드'의 추구를 위해 인간으로서의 나약한 면들을 버리고 잔혹하리만치 개인주의, 혹은 이기주의적으로 이 세상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 마술사들의 모습은 그런 기괴하고 평범한 일상과 격리하여 멀리 하고픈, 어두운 역사 속 그들의 늬앙스를 담고 있다.

작가 역시 모든 것을 자신의 상상에 맡겨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기 보다 이 세상에 존재할 법한 마술적 기교(마술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믿음 아래)들을 이끌어내고 그들이 향하는 미래를 지켜보며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인간으로서, 존재로서 살아가며 누구나 고뇌하게 되는 문제나 현상에 대한 그의 관찰자적인 모습은 작가에게 기대어 이 그로테스한 세계관 속에서 좀 더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하는 독자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며 일종의 가학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팬들은 말한다. 그의 두서없고 어수선한 문장은 그의 이야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어딘지 몇 %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서술과 문장의 매끄러움은 그의 마술사들의 행동과 세계관의 어두움에 잘 어울어져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자신들과 동떨어진 신비한 세계를 갈망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설정으로 밀고나간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사실 설정 대마왕이라든지 하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닐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한여름밤의 괴담과 같은 소설의 느낌은 독자를 즐겁게 만든다.

마술사의 세계에 선과 악은 구별이 희미하다. 그것은 신에게 나아가려는 그들의 길을 막는 인간의 한계일 뿐인 것이다. 어떤 것이 정의이고 악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고 그것이 정의라고 외쳐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그러면서도 인간의 정이라든지 관계의 따스함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공의 경계의 리뷰를 간단하게 적어 보겠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환경적 구조로 인해 도교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 요괴와 귀신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그것을 오로지 도교의 시선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하지만- 불교의 개념 역시 뒤섞여 있기에-기본적으로 이 섬나라의 옛날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어느 때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불문명한 조금은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역사 속에서 존재했을 법한 영웅들과 마물들. 그리고 그로인해 어떤 나라가 만들어지고 어느 촌이 생겨났다는 다분히 건국 신화적인 모티브와 늬앙스가 상당히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를 이루는 것은 나쁜 마물의 퇴치다.

이 마물의 퇴치는 대부분이 용감한 무사와 법력을 가진 고승들이 맡고 있는데 그중 이 마물을 퇴치한 영웅의 가문은 대대로 혈족 계승에 의해 그런 힘을 갖는다는 설정이 만들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키 역시 그런 집안이다.

사실 시키의 가문이 정확히 그런 혈족 계승인지는 명확하지 않고 마물퇴치의 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료우기라는 독특한 가문의 설정과 무사의 집안이라는 것에 의해 그런 추측을 해 볼수 있다.

그런 특수한 업이 아니라면 두 인격과 공(空)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나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특수한 가문의 사정으로 인해 료우기는 이중인격, 그리고 또하나의 공의 인격을 가진 소녀이다. 신체적인 능력 또한 발군에다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살인의 충동을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되어버릴 위험(?)에 처한 동급생 고쿠토 미키야를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스스로의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의 방법을 택하지만 결국 살아남아 직사의 마안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아오자키 토우코와 만나고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비일상과 조우하고 뒤섞이다가 결국 자신의 특수함을 노리는 마술사와 조우하게 된다......(척 봐도 중요한 내용은 다 빼고 허술한 스토리 리뷰지만 이 책을 사서 볼 독자의 재미를 위해 이쯤 하도록 한다.)

내용은 대충 이 정도다.

차가운 파란색이 배경으로 유난히 잘 어울리는 소설.

이 소설을 문학적인 잣대로 평가하기엔 원초적인 기쁨을 간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원초적인 가학과 살인, 통념의 규칙과 정석을 위배하는 사건과 인물들을 보며 어떤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크게는 한 존재로서의 의미, 작게는 인물들간의 관계와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조차에서도 말이다.

쓰고나니 조금 두서 없지만 색다른 한여름 밤의 괴담을 즐겨보고 싶다면, 혹은 오컬트와 매료된 자라면 시원하게 집어들라고-물론 적절한 연령에 한에- 자신있게 강추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P.S.: 말이 많았던 번역 문제...

난 번역자 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무죄론인 것이다.

모든 잘못은 학산!... 베타 테스터의 분노 절대로 잊지 않겠다.

(책 설명의 오류, 탈자 고친 2쇄라는 말에 다시금 뚜껑 열려서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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