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담 월희 7
Type-Moon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사랑 이야기에 칼이 등장하는 경우가 왕왕 보입니다.

누군가를 죽일 만큼 사랑한다는, 꽤나 비틀려진 사랑의 형태를 지향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심리학적으로 보면 상대를 정신적으로 사랑한다기 보다, 그저 육체적인 독점욕만이 강해진 형태라고도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자신이 사랑한다고 여기는(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간에 일반적으로) 상대가 바라는 형태를, 자신이 사랑받기 위한 방법이라 여기고 어떤 비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형태로든 이뤄주려 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얀데레'라고 합니다만,

또한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그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뭔가를 해주려는 행동과 반대로, 그 독점욕이 너무나 강하여 되려 상대가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아 그를 죽이려고 까지 하는 과격한 성향 역시 얀데레라고 하구요.

(사담이지만 이는 츤데레처럼 처음엔 차갑게 굴다가 점점 호감을 표현하는 경우와, 겉으론 차갑고 쌀쌀맞게 굴면서도 가끔 좋아하는 속마음을 어설프게 드러내곤 하는 경우처럼 두 가지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들어서는 두 형태를 나눠서 달리 명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있지요.)

요즘 나온 작품들 중 예를 들자면(사실 가장 유명한 것은 에로게인 '스쿨데이즈'입니다만), 라노베인 '죽지 않는 소년을 사랑하는 소녀'라는 작품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좀 더 정확히 전 이 작품 자체를 보지 못해 팜플렛에 기재된 간단한 내용만을 들어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러하기에 많은 부분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여튼 이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하자면)

보통의 얀데레물들이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보통의 인간들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과격한 고어물의 형태가 된다고 하면,

이 작품은 설정 자체를 판타지로 하여,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지닌 소년과 그런 소년(좀 더 정확히는 아무리 죽여도 죽지않는 상대라는 점에서)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살인 취향의 소녀의 보이 미츠 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실 툭 까놓고 말해 이 작품은 이런 설정 탓에 좋은 이야기(작품 자체의 재미를 떠나 설정 자체에 대한 편견 탓에)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더 큰 이유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야기'이면서도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1999년 세기말에 코믹마켓에선 여름과 겨울에 걸쳐 하나의 동인 게임이 대폭풍을 일으키게 됩니다.

실제로 정식 완전판이 발매된 것은 2000년입니다만, 1999년 여름에 3.5인치 플로피디스크로 배포되었던 배포판과 같은 해 겨울 데모판의 폭발적인 호응에 이어, 2000년에 제대로된 완전판이 판매되고 그것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지요.

위의 '죽지 않는 소년을 사랑하는 소녀'의 설정 자체는 이 전설의 동인 노벨미연시 <월희>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죽지 않는 소년은 흡혈귀인 진조 '알퀘이드 브륜스터드', 그런 그를 죽이는 것에 빠져버린(사랑한다는 형태인 듯합니다만) 소녀는 그런 그녀에게 살인충동을 느끼는 '토오노 시키'와 매우 흡사하죠.

다만 이 부분에서 욕을 먹는 것은, 인간이 아닌 흡혈귀이기에 불사라는 부분에서 납득이 가는 알퀘이드의 설정을 따왔다는 것과, 가문적인 숙명으로 인해 살인충동이라는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는 '시키'와 달리 그냥 살인 자체를 좋아한다는 부분에서 소녀에게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오는 거구요.

(다시 한 번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그런 반응들은 대부분 '죽지 않는...'의 설정과 시놉시스만을 보고 나온 의견들을 언급하는 겁니다.)

이렇게 본다면 <월희> 자체가 얀데레의 한 축인, '너무나 사랑해 죽이고 싶을 만큼 독점하고 싶다'('죽지 않는...'이 이런 구도와 완벽히 부합하지는 않습니다만)란 욕구랄까, 트랜드를 만들어 낸 원조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신전기이라 하여, 실제의 역사에 허구의 가상 전제(사실 그것이 실제론 만약 이랬다면 어떨까?)로 하는 부분에서 <월희>는 거기에 더해 여름의 납량공포물 내지는 도시괴담처럼 서늘한 푸른 빛을 띄는 작품이고,

그러하기에 유명한 마물인 흡혈귀라던지 살인마, 오컬트 요소인 마술이나 마법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만(정확히는 흡혈귀와 살인마, 오컬트가 주고 거기에 신전기라는 껍데기가 씌였다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그 겉모습 자체는 그런 어렵고 깊숙한 이야기를 보지 못하는,

그저 시놉시스만을 보게 되는 사람들에겐 위의 '죽지 않는...'과 같은 모티브를 따오게 만들지 않았나 합니다.

그것은 에반게리온과 같은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결국 이후의 신전기물의 트랜드가 거진 비슷한 경향,

유행에 따른다고 하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만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월희>의 파급효과가 컸다는 이야기도 됩니다만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그런 센세이션 만큼 이후로 월희 자체에 관련된 여러 작품들이 나왔고 동인지도 활발하게 제작되었습니다만(월희 덕분에 패러디나 오리지널을 각색한 다른 이야기 형태의 동인지 문화가 발달한 부분도 크죠) 당시엔 아직 그것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할까,
동인 세계 자체에선 미친듯이 급증하고 있었습니다만 메이져 쪽에선 아직 선뜻 동인 세계의 작품인 <월희>에 감히 손을 데지 못하는 분위기였죠.

당시에도 음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메이져 만화업계에서 코믹스화(거진 전연령 버젼으로)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습니다만, 그런 음지 보다 더 난해하달까, 마이너로 보이는 동인 세계와는 그닥 인연이 크지 않았던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타입문 자체가 세력과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결국 '동인'의 자리에 머물 수 없을 지경이 되어 결국 본격적으로 게임 제작사로 변모하고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를 내놓을 정도가 되었을 때야 겨우 접촉이 이뤄진 듯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사키 쇼넨 작가님에 의해 <월희>의 코믹스인 <진월담월희>가 나오게 되었죠.

사실 그 동안 음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나온 메이져 만화들은 거진 그리 흥행이 좋지 못했습니다.

아니, 팬들 대부분이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거기에서 또 극 매니아 분들은 코믹스 버젼의 좋은 점을 찾아내고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일반적인 만화 독자들이 보았을 때는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진월담월희는 원작가인 타입문의 나스 키노코 씨와 타케우치 씨의 찬사와 더불어, 애초에 이런 형식의 작품에는 으레 들어가는 형태라고 봐도 일반 독자들이나 원작의 팬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의외랄까, 

축전의 나쓰 씨나 타케우치 씨의 코멘트대로 작가님 자체로 원작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는 인식을 받게 해주었죠.

제 자체가 원작을 해보지 못해 어떤 루트(정확히는 어떤 루트를 중심으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런 제가 보기에도 꽤나 스무스하게 원작 내의 몇 줄기나 되는 루트들을 모두 아우르는 좋은 각색이지 않았나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다소 아쉬운 부분, 팬 분들 중에 사츠키의 '비극적인 뱀파이어 루트'를 원하셨던 분들에겐 다소 아쉬울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그것 자체를 넣어 버리면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흔들릴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과감한 삭제도 칭찬받을 부분인 듯합니다.)    

이 작품은 원작에서 많은 루트와 이야기를 통해 각자 중심적인 감상이나 반응은 비슷하지만 세세하게 다른 감상을 느끼게 했던 것과 달리, 작품 자체로는 알퀘이드와 시키의 사랑, 주적인 로어와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어 몰입도도 높고 이해도 쉬우며, 또한 액션 장면 자체도 명장면이라 할만한 것들을 잘 버무려 주어 만족감을 주지 않았나 합니다.

더군다나 월희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설정이나 뒷이야기도 작품 내에 회상이나 대화를 통해 잘 넣어주어 원작 자체의 미스테리하고 으스스한 느낌도 굉장히 잘 살렸구요.

6권 까지 서로 각자의 마음을 갈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두 사람은 7권에 와서야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합니다만, 그것은 또한 알퀘이드의 숙명에 막혀 이별하고 파멸적인 종막으로 달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원작 자체는 일본에서 연재 종료가 된 시점에서 앞으로 몇 권이 더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만(아마도 두 권 정도로 추측), 원작의 엔딩을 생각해 보면 작가님 나름대로 해피 엔딩을 설정해 놓고 있지 않을까 하네요.

(원작 게임 자체는 하렘 엔딩 등도 있습니다만, 코믹스는 아키하나 히스이 &  코하쿠, 카레마인 시엘과의 썸싱 요지를 과감히 삭제한 점에서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두 사람이 어떻게든 납득할 만한 결말을 내는 엔딩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남자의 입장에서 6권에 이어 7권에서도 흐뭇한 서비스 부분(쿨럭)을 넣어 준 것도 좋은 감상에 더해 플러스 요인으로 되지 않았나 합니다.(경우에 따라선 여성 독자 분들도 납득할 만한 장면이라는 부분도 그렇고)

벌써 부터 다음 권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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