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벨 블라트 Ubel Blatt 10
시오노 에토로우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이야기(서사)의 구조를 정리한 모 그리스 학자와 인간 드라마의 모든 클라이막스를 그려냈다고 하는 영국의 모 희극작가 이후로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기는 어렵고, 결국 '이야기'란 것은 인간이라는 영역 안에서 표출된 의식과 무의식의 '드라마'라는 범주 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 것이겠죠.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라는 가상의 세계 역시 참 허구스럽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그 중에 우리가 제대로 이야기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작품들은 현실의 인간 사회에 어느 정도 발이 닿아있다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현실에서의 구조를 상상해 낼 수 있는 모든 범주 안에서, 그러나 결국 조직을 만들고 나라를 이룬다는 설정의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없는 '겉모습만 다른' 세계의 구성만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겠죠.

시오노 에토로우지 작가님의 이 <위벨블라트> 역시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비슷한 이야기 구조의 작품으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와도 비슷하죠. 

나라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무인이 음모와 배신 때문에 죽음 고비를 넘기고(위벨블라트의 경우는 죽었다 살아났지만) 결국 복수를 이룬다는 설정은 꽤나 암울하고 무거운 느와르적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은 되려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꽤나 인간적인 원초적 감성에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도 쉽게 일어나죠.

배신을 당하고 역적으로 몰려 유폐된 남자가 홀연히 검을 들고 일어나 세상(역적이라는 인식)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을 모함한 배신자들을 처단한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현재 나라의 영웅이 되어있는 배신자들을 처단함으로써 점차 수를 불려가는 '선량한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일을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매번 일어나는 갈등의 순간에서도 그는 자신의 목적을 꺾지 않는다.


라는 고독하고 처절한 싸움(정신적 육체적)을 계속해 나간다는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꽤나 매력적이고 묵직한 매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시오노 작가님을 잘 아는 건 아닙니다만, 이전 까지 이런 작품을 그리셨던 적은 없고 최근 2009년에 연재를 시작한 '브로켄 블러드' 역시 이런 장르와는 꽤나 동떨어진, 분류하자면 모에 코메디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작가 분이기에 모에스러운 그림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처절한 복수극을 그려내기 위해 스토리의 무게 외에 작품에 배치한 요소가 조금씩 보이죠.

성인향 부류의 노출씬이라던지, 과격한 육체 파괴(고어), 비릿내 나는 세계관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의 그림체로 가장 적합하다고 할만한 것은, 누구나 그렇게 꼽겠지만 미우라 켄타로 작가님의 <베르세르크>이겠지만 그런 그림체완 하늘과 땅 만큼 동떨어진 상황에서 그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만은 작가님 나름대로 능력을 살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현재 2명의 영웅,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분노를 샀던 미치광이 영웅과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고귀한 영웅을 해치운 상황에서 이제 케인첼의 칼날은 권력의 탐욕에 물든 영웅에게로 향해있죠.

두 명의 영웅을 제거하는 모험을 해오는 동안 그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고, 그를 지지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영웅이 사라진 영지의 권력층들과 그런 그들에게 영웅시해 역적을 찾아낸다는 명목 하에 강압적인 복종을 강요하기 시작한 세 번째 영웅을 앞에 두고, 케인첼은 과거 자신과 같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던 동료의 아들, 

자신의 뒤를 이어 검의 명인 자리를 이어받은 소년과 대치하며 결단을 내릴 때가 찾아오게 되었죠.

그 소년은 전 권 까지 '흑익'을 쓰지 못한다는 것으로 케인첼에게 얼마 정도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만,

이전 케인첼이 검의 명인이었던 시절 썼던 명검을 얻고 '흑익'을 구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와의 결투는 분명 누구 하나를 목숨을 잃게 될 결투라는 걸 알면서도 케인첼은 도전에 응했죠.

그리고 서로 접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세 번째 영웅의 조급함과 광기에 의해 서로 검을 맞대고 있던 상황에서 폭격을 받는 것으로 10권은 완결.

아마 이후 폭격을 빌미로 소년에게서 떨어진 케인첼이 세 번째 영웅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그 뒤를 여러 무리가 뒤쫓는다는 이야기 전개가 될 것 같습니다만, 결국 그를 죽인다 해도 아직 4명이나 더 남아있다는 부분에서 지금껏 이어온 사투로 몸이 엉망진창인 그에게 더는 희망이 빛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것을 메꾸는 것이 <베르세르크>의 경우처럼 동료가 될 것 같습니다만 중간 즈음에서 그들과 일부러 떨어져 단독으로 행동에 나선 행태로 보면 결국 같이 싸워줄 능력자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선 그닥 길이 보이지가 않네요.

어쩌면 이런 상황이기에 검은 머리의 소년(검의 명인 후계자)을 그의 동료로 넣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검술의 라이벌이라는 명목에서 보면 그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갈길이 먼 상황에서 과연 작가님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어떤 희망을 던져줄지 궁금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