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노트 Death Note 11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개봉된 모 영화와 동명인, 제 1회 휴고상의 후보로써 아서 클라크 작가님의 <유년 시절의 끝>을 제치고 영예를 얻은 작품인 알프레드 베스터 작가님의 하드보일드 SF소설 <파괴된 사나이>를 보면 '벤 라이히'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나옵니다.

뛰어난 능력과 명석한 두뇌를 지닌 악의 재벌 총수로써 라이벌 회사의 총수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읽는 에스퍼들의 포위망을 뚫고 그것을 실행하려 하는 인물이죠.

파괴된 사나이는 그를 지칭하는 것으로, 결국 악의 벤 라이히는 정의로운 형사 '링컨 파웰'에 의해 계획이 저지당하고 말그대로 '파괴'되고 말죠.

세상 사의 기준으로 보면 '인과응보' 내지는 '사필귀정'의 이치겠지만 전 파괴된 사나이를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정의로운 파웰이 참으로 재수 없는 인물로 여겨지고, 악인이지만 인간적인 약점과 어찌보면 순수하기 까지한 야망에 대한 의지를 관철하는 라이히에게 측은지심과 더불어 그가 파괴되었을 때 분노마저 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물론 제가 읽은 것은 정발 번역판이고 발간되고 절판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구해서 읽은 겁니다) 일본 만화에서 생각지도 못한 '벤 라이히'의 그림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바타 타케시 x 오바 츠구미 콤비의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가 그것입니다.

라이토는 라이히처럼 명석하고 뛰어난 능력, 냉철한 계산과 이성을 지녔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순수한 이상(완벽한 세계)를 위해 데스노트라는 허황되고 무모한 게임에 도전한 겁 없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사실 파괴된 사나이는 당시엔 파격적이라 할만큼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초능력 장르물을 지향하는 작품이었습니다만 지금에서 보면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방식을 쓰는지라, 데스노트의 치밀한 추리 대결과 비교하면 좀 허술한 느낌마저 드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세상을 바꾸겠다고(라이토는 말그대로 새로운 세상의 신이 목표고 라이히는 라이벌 총수를 제거해서 세상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 되려는 목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분이 참으로 오묘하게 매치되지요.

물론 형사인 파웰 대신 등장한 명탐정 'L(류자키)'은 굉장히 호감이 가는 인물이긴 합니다만, 초반에 라이토의 거주지를 좁히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행동이랄까, 너무나 유능한 점은 왠지 파웰에게 까이던 라이히의 부분을 떠올리게 하여 흠좀 비호감이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얼굴이 공개된 이후 류자키를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그렇게 대결이 이루어지고 결국 류자키의 패배, 그러나 그 뒤에 포진되어 있던 그의 후계자들이 나타나며 대결은 3자 국면으로 흐르게 되죠.

류자키 하나가 굉장히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정의 캐릭터였다면, 이후 나온 멜로와 니아는 단순히 류자키를 반반으로 나눈 인물상이라기 보다 왠지 엘의 명석함과 라이토의 야망을 대변하는 인물들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멜로의 잔꾀로 옆으로 새어나가려 할 뻔했으나, 니아의 독고다이적인 추진력으로 결국 라이토를 궁지에 모는 것에 이르게 되죠.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모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끝마무리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제목에 적었듯이 완결 13권이 아닌, 12권에서 콜렉팅을 중단한 이유입니다.

사실 이미 13권 완결 전부터 네타를 통해 라이토가 어떻게 되는지는 들었습니다만 외려 그러하기에 13권을 볼 수가 없더군요.

아니 정확히는 보기 싫었습니다. 생존과 죽음의 결과는 달라도 결국 그 역시 완벽하게 '파괴'되었으니까요.

말그대로 <파괴된 사나이>의 벤 라이히와 같은 결말을 맞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는 거죠.

이후 애니메이션 코드기어스의 루루슈도 같은 경우입니다만(물론 이쪽은 이야기만 듣고 보지 못했습니다만) 매번 이렇게 자신의 이상을 위해 악의 편에 서게 된 인간적인 자들이 패퇴하고 마는 결론은 왠지 직도일변적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물론 악이 승리하면(그들의 계획대로 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제 3의 대안도 있지 않을까 하네요. 

그런 의미로 코드기어스 2기의 마지막 마차 엔딩에서 여러 의견들이 갈리는 거겠구요.

'악은 승리해선 안되지만 악인이 죽을 필요는 없다!'... 라는 결론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악인이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독단적인 정의의 입맛에 맞게 회계하는 것도 밥맛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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