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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랑열전 13
박성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의 만화 감상문은 박성우 작가님의 <천랑열전天狼熱戰>입니다.
1997년 부터 2000년 까지 아이큐점프에 연재하여 총 13권 분량의 완결을 맺은 작품으로, 국내에 드문 캐쥬얼 무협 액션 만화라는 장르를 선보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무협 쪽은 과거 부터 중국의 무협 소설들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왔기에 하나 같이 무겁고 진지하고 뭔가 처절한 느낌의 작품들(소설이든 만화든)이 대부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어른들의 요소'를 배제한, 좀 더 젊은 10대 층마저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 이 '천랑열전'이 아닌가 합니다.
(이 '캐쥬얼'이란 부분은 가볍다라는 의미에서 박성우 작가님의 그림체 역시 단행권 코멘트에서 밝히셨듯,
스스로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간결한 그림체를 추구하고 있다는 부분과 겹쳐져 상승 효과를 낸 부분도 있지요. 물론 저를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팔용신전설과 천랑 열전 초중반 사이의 그림체를 가장 좋게 여기기는 하지만요.)
지금이야 신무협이라는 장르의 발전으로 인해 상큼발랄(좋게 이야기 하면)한 판타지물처럼 무협물 역시 캐쥬얼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하여 그닥 부각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만(애초에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고),
당시 연재분을 따라가던 팬의 입장에선 돌이켜 보면 굉장히 선구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도 해봅니다.(물론 이런 작품 분위기 자체가 박성우 작가님의 고유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만화책을 사서 모으게 한 시초이기도 하고, 포스터나 기타 부록 때문에 만화 잡지 까지 사게 만들었던 애작이기도 하지요.
그런 이유로 13권 까지 실시간으로 꾸준히 모아서 독파했습니다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종결 지어진 후에 도리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이때 까지의 감상문과 달리 좀 더 집요하게 꼬집자면,
일단 초반에 뭔가 이것저것 복선이랄지 일러스트 등으로 단령의 성장을 암시했던(제 개인적으로는 묘족인 홍령 누님의 영향을 받아 채찍을 연마할 거라 예상했지요) 단령이 결국 그냥 뭔가 쩌리짱 같은 캐릭터로 끝나게 된 것.
사실 보통 무협지에서 주인공의 최측근으로 곁에 머무는 캐릭터, 단령 같은 발랄하고 쾌활한 아가씨는 그래도 어느 정도 콩고물이랄까 얻는 것이 있어서 처음 보단 강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작품 중반 까지 연오랑과 함께 하며 인피면구도 구해주고 하는 실속파이면서도 결국 죽림오괴의 수장 아저씨의 배필이 되는(급 엔딩을 위해 짝을 지어주는 느낌의) 것으로 끝나는 것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캐릭터가 아까웠어요.)
적어도 제가 생각했던 채찍 단련 분기로 넘어가면 연오랑을 사이에 두고 월하랑과 투닥이는 갈등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도 아쉽구요.
또, 이야기가 진행되며 작가님이 본래 이야기 하려던 파군성의 계획(키잡?)을 수순대로 진행한 것은 좋았지만 모용비와의 결전에서 부터 뭔가 틀어진다는(서두른다는 느낌)이 들더니, 초반의 기대와 달리 파군성과의 재회가 그리 임팩트 있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종 오의를 익힌 사제의 손에 끝을 맺는다는 부분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최종 보스 같았던 석전웅과의 결전을 월하랑에게 맡긴 부분도 그렇고(급박하게 최종 보스 다음으로 숨겨진 진 보스로 나아간다는 느낌?),
애초에 연오랑이 그를 만나기 위해 중원을 떠도는 거였다면 좀 더 여유롭게 분량을 잡아서 파군성은 파군성 대로의 고뇌랄지, 감정 묘사에 좀 더 여유를 주었다면 그리 서두른다는 느낌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부분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건 <나우>에서도 느낀 바이긴 합니다만, 박성우 작가님의 스타일은 엔딩에선 어떻게든 중심 인물들(죽지 않고 살아남을 주요 인물들)은 어떻게든 짝을 맺어주는 해피엔딩 내지는 훈훈한 엔딩을 그리시는 것이 있는 듯합니다.
물론 저 역시 호감을 가졌던 캐릭터들이 모두 사단나는 암울한 스토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것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게 되는 것 같다고 할까,
남은 분량을 그것에 치중한다는 느낌 탓에 뭔가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끝나려 한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져 기분이 오묘하더군요.
여튼 초반 부터 쭈욱 따라가며 기대도 크게 가지고 작품 자체의 재미에도 열광했던 만큼 무협물로써의 마무리가 다소 좀 애매했다는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물론 그런 아쉬운 점으로 기억되기엔 그 동안 쌓아온 천랑열전의 탑(신선하다고 여겨질 만큼 파격적이었던 고구려의 수호신을 모티브로 체계를 정리한 사신무, 주인공의 배경, 착실하게 진화하는 기술 등)이 그리 녹록치는 않지만요.(아직 까지도 그 외엔 훌륭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좋게 기억되고 있으니까요.)
이후 나온 <나우>도 연오랑과 월하랑의 딸들이 좀 비약을 넣자면 각각 초반 부터 상대를 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무협물 보다는 연애물' 같은 느낌으로,
비극적인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결부시켜 나가는 부분에서 이젠 극에 이른 듯한 '캐쥬얼 화풍'과 더불어 신세대적이고 발랄한 느낌이 느껴지더군요.
물론 그것을 천랑열전을 접하지 못한, 나우 부터 접하게 되는 어린 독자들에겐 좋은 어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천랑열전의 무협적인 부분에 열광했던 기존 팬들에겐 좀 생소하고 어딘지 진지한 맛이 덜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준 듯합니다.
과거의 천랑열전 캐릭터들이 까메오나 살짝 도움을 주는(특히 연월 부부) 정도로 나오고 기본은 사교 포달랍궁(인도 쪽이라 추측되는)의 예언 비전을 중심으로 서로 투닥거리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런 이야기 자체도 크게 타오르거나 몰입할 부분이 적어서 과거 천랑열전을 떠올리며 그 정도의 레벨을 바랐던 독자에겐 뭔가 외전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듯한 낯설음을 주지 않았나 하네요.
(그런 이유로 저 역시 초반 10권 이후 부터 손을 놓았었지요.)
이래저래 과거의 끈을 잡고 아쉬워하는 듯한 느낌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지금이라도 애니화를 할 수 있다면 1위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인지라 여러 가지로 넘치는 애정 탓에 여직까지 것저것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튼 앞으로도 한국 무협 만화에서 이런 느낌의 작품이 또 나올까 하는 부분에서 13권의 띠지 카피처럼 '한국 무협 만화계의 옥동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네요.(근데 당시엔 옥동자가 모 캐릭터의 이름이었던지라 어감대로의 매치가 참 힘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