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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만 BAKUMAN 1 - 꿈과 현실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를 통해 직업군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지금껏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그 안에서 만화가로써 자신의 만화에 만화를 소재로 하여 실제, 혹은 허구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꽤나 많았죠.
만화가가 이야기 하는(정확히 말해 바쿠만은 스토리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경우지만) 만화는 어떤 것일까?
만화 작법서의 경우는 말그대로 작법서입니다. 소설가가 내는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방법과 톤의 사용법, 음영을 넣는 법, 화이트를 쓰는 법, 효과나 식자를 넣는 방법 등등.....)
소설가가 소설가의 이야기를 하는, 예를 들어 스티븐 킹 작가님의 '미저리'나 '샤이닝'(물론 이 쪽은 호에로 펜의 경우처럼 과장된 부분이 다분히 작용합니다만) 같은 것을 보면 작법서에서 이야기 하는 작가의 말투와 소설에서 이야기 하는 작가로써의 말투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확연히 받게 되죠.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말그대로 작법서를 이야기 하는 부분과 달리, 자신의 작품으로써 구성하는 부분은 작가의 일면이랄까,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부분이 큰지라 구분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스티븐 킹 작가님의 경우는 작법서 '유혹하는 글쓰기'와 작품과의 시크한 말투가 비슷해서 재미랄까, 그나마 갭이 적었죠.)
이 바쿠만의 경우는 오롯이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의 생각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없지만(스토리 작가를 따로 두고 있으니) 오바 작가님이 스토리를 짤 때 분명 오바타 작가님의 경험이나 지식 등이 충분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런 제 추측을 뒷받침 해주는 부분이라면 매번 화가 끝나고 덧붙이는 '콘티'가 그것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고요.
후기나 머릿말에서 부연 설명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그건 누가 보더라도 만화가로써의 '만화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제목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제 개인적으로 1권을 보며 생각한 이 작품의 재미 요소는 두 가지인데,
'만화 안에서 실제와 만화를 구분하는 그림체'의 갭과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실험하는 듯한 도전'이 그것입니다.
아직 이후의 권들을 보지 못해 어떤 전개로 흘러가고, 또 어떤 장점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1권만을 들춰보면 만화의 그림체라는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내에서 본격적으로 만화가의 길에 들어서며 '사이코'가 자신의 그림체를 만화체로 바꾸는 노력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이건 딱히 만화체에 대한 의식 없이 그림 연습을 해온 방향을 바꾼다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뻣뻣하고 멈춰선 듯한 분위기 일색이었던 그림체를 다듬는다는 부분도 있지요.
만화가의 그림과 화가의 그림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은, 실제로 캐릭터가 동선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은 동일할지도 모릅니다만 거기에 쓰이는 여러 효과들과 만화적인 기호들일 듯합니다.
본문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요즘에 와서는 그림체의 유려함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생겨서 과거 도무지 현실적이라곤 볼 수 없던 '슈퍼 데폼' 형식의 캐릭터들에게 쓰였던 여러가지 만화적인 도구들도 점점 간략화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요.
물론 아직도 코믹물이나 그림체나 분위기 자체를 지극히 만화적인 모습으로 창조해 나가는 작품들은 열심히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지만 바쿠만의 경우,
좀 더 정확히는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데스노트'의 깔끔하고 날카로운 필체와 지극히 현실적인 분위기 탓에 그런 부분이 깔끔하다 싶을 정도로 생략되고, 캐릭터의 최소 함축적인 동선과 표정, 포징 등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컸죠.
개그물이 된다면 그만큼 그것이 쓰여질 부분도 크겠습니다만 작가님의 작품 분위기를 보자면 그렇게 확 변할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의 그림체가 '만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만화가 아닌 여타의 그림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고 긴 호흡을 두고 시간에 따른 연속적인 동작의 묘사, 심리 묘사, 스토리를 두고 전개해 나간다는 점에서 아슬아슬 세이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점으로 인해 요즘은 전문적으로 일러스트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와 만화가의 경계도 모호해졌구요.)
그런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의 그림체(만화) 안에서 주인공 캐릭터 '사이코'가 자신의 그림체를 만화체로 바꾸는 그 갭이 재밌달까, 흥미롭게 와닿더군요.
그만큼 작가님도 거기에 무척이나 신경을 썼을 거라는 추측(두 겹 세 겹, 역지사지의 시야로 봐야 하니)을 하니 재밌더군요.
사이코의 작품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거의 생략되다시피 하여 나오지 않았지만 문득문득 보이는 '프로로 보이지 않게 하면서도 그렇다고 완전 망칠 수도 없는 초보의 그림체'를 그려낸 장면들에서 두 눈을 반짝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 바로 만화가의 현실에 코앞까지 와닿아 있다는 부분.
실제 지금 까지의 만화를 소재로 한 만화 작품들은 전부 출판사를 이명으로 처리하거나 캐릭터를 고대로 따오지 않고 애둘러 특징만 따와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물론 조산명 선생의 유명한 '토리시마 카즈히코 담당기자(당시)'의 묘사 같은 경우는 그리 희귀한 편은 아니었지만 후기나 뒷이야기가 아닌, 작품 내에서 이렇게 대놓고 인물을 따오는 경우는 보기 힘들지 않나 하네요.
사실 이 담당기자 부분은 1권에서 나오지 않고 이후 권에서 나온다고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1권 마지막에서 초보로써 메이져 만화 출판사의 편집부(대놓고 점프 편집부)를 탐색한다는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그리지 않은 작품을 가지고 편집부의 문을 두드리니 이야기를 아니 할 수가 없네요.
이 바쿠만의 소재나 형식 자체로 전작인 데스노트 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큰 듯 보이는데,
이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런 만화가의 주변 상황이나 뒷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얼마간의 청춘 어드벤쳐, 나중에 만화가와 성우가 되어 결혼하겠다는 등의 다분히 우연에 기대는 듯한 판타지스러운 부분 등을 좋게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실제로 저 역시 마지막 부분의 편집부 탐색 부분에서 희열에 가까운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의 상황을 둘러 보자면 참 대단한 연출이 아닌가 합니다.(여러 의미로)
여튼 이후 후속 권들을 보며 좀 더 감상 포스팅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제가 1권에서 본 부분이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루즈함 없이 좋은 텐션을 이어갈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그런 고로 나머지 후속 권들 주문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