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기 모자이크
에스노 사카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전 모 드라마로 한창 거론되었던 '막장'이란 용어가 광부들의 고되고 신성한 노동의 일터 탄광의 끝을 의미한다는, 다소 현실적인 이의가 있어 자제하고 싶습니다만 이 작품에 한해서는 그 보다 더 어울릴 만한 함축적인 단어를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본편 8권에 이르러 주인공의 각성(이랄까 결심이 굳었달까)으로 인해 사람들이 픽픽 죽어나가고(유노 때문에) 결국은 동조자였던 형사와 우류 까지 등을 돌리며(정확히는 유노에게 등을 돌린 것이겠지만) 꽤나 괴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요.

지금 까지 비밀로 간직되어 왔던, 세 번째 시체가 '그녀'였다는 건 이제와서 놀랍지도 않은 일입니다만 한 가정의 양녀로 들어가 인간 이하의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타파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그녀 역시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기억 조작의 증세 까지 보이게 된다는 것에서 조금은 동정의 마음이 가게 되네요.

(거기에 더해 그녀의 '토마토'와 '꽃다발'의 비밀이 밝혀지기도 했죠. 뭐든지 수치화 했던 병적인 양부모의 폐해랄까.....)

이 작품의 여타의 막장물들과 다른, 아니 오히려 잔인하고 간교한 점은 이점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정의와 도덕 일변이었던 트랜드가 반전하여, 악인에게는 악인 나름대로의 이유와 사정이 있고 그런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풍토가 나오고 있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풍토의 최고봉이 이 작품이 아닐까 하네요.

서로가 신이 되기 위해,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 싸우는 '데스노트' 형식의 막장물입니다만, 그 하나하나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의 뒷사정에는 처참한 현실 사회의 극단적인 환경들이 존재하고 있지요.

예전만 해도 이런 경악할 만한 일이 '하나' 일어나는 것에도 엄청난 센세이션이 몰아쳤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게 현실의 하나로 인식되어지는 듯한 암울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까, 뭔가 비정상적인 일상이 되었다는 느낌이지요.

그러하기에 입으론 막장을 논하지만 그것이 내심 우리 사회의(정확히는 일본 쪽으로 집중해야겠지만) 단면을 초현실의 설정을 들어 꼬집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작가님 본인도 내심 즐기고 계신 듯하지만요.)

부모를 잃고 복수를 하기 위해 비정해 질 수밖에 없었던 꼬맹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정의를 져버린 형사, 과거의 상처 때문에 방황하는 여성, 세상에 오직 서로만이 소중하게 되어버린 커플, 도망칠 수 없는 현실에서 자신 보다 소중한 미래를 찾은 소녀 등등.

자신의 욕망이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자들도 있지만 정신병 환자 같은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게 되는 이야기에는 그런 비극들이 숨어있고,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며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한 권에 담았다고 작가님은 말하고 있지요.

그것을 남은 재료들로 버무린 비빔밥이라고 말하지만(애초에 일본엔 비빔밥이 생소하니 원문은 참프루 내지는 퓨전이었을지도) 맛나게 빨아먹다가 어느 순간 혓바닥에 날카로운 통증을 안기는 닳고 닳아 날카롭게 벼려진 사탕의 칼날처럼, 

각자의 숨겨졌던 이야기(특히 우류와 인형 꼬맹이의 이야기는), 희극으로 점철된 듯한 언듯 유쾌해 보이는 이야기는 때늦은 아픔을 전달해 주지요.   

세상을 믿을 수 없고, 자신의 꿈조차 감정의 앙금으로 인해 소모해야 하는, 비극적인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 자들의 마라톤이라고 할까요. 웃으면서도 내심 서글프고 짜릿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르무르의 후일담은 아스트랄의 최고봉이 아닐까 하네요. 개인적으로 개조련사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