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기 6
에스노 사카에 글.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얀데레 소녀 유노를 위험하다 여기면서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한 소년 유키테루의 슬픔.

만화 감상문의 서론으론 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과거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로 끌려간 많은 독일 청년들의 애독서 1순위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고 하죠.

청춘에 대한 무력함, 갈등, 고민, 회의가 느껴지는 베르테르의 모습에서 당시의 자신들의 참혹한 현실을 오버랩하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그 외에 청년 자살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게 한 작품들 리스트 상위에 있다는 걸로도 유명)

에스노 사카에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물론 사람 이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좋지 못하지만)을 지닌 작가님이 2006년 부터 소년 에이스에 연재를 시작하고 한국에 단행본 1권이 정식 발매 된 때부터 지금까지, 주인공 유키테루의 슬픔은 위의 이야기가와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청년을 주인공으로 바꾸는 시점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무력함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좌절이 비슷하달까요, 매번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행동하고 살아남고, 게다가 처음엔 혐오에 마지 않던 얀데레계의 거성 '가사이 유노'에게 의지하는 현실은 불안스럽기 그지 없죠.

미래일기는 참으로 단순한 플롯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시공왕이 존재하고 그가 뽑은 후보 12명에게 각각 핸드폰 형태의 미래일기를 부여, 서로 능력(두뇌, 육체, 운, 기술 등등)을 가지고 열심히 박터지게 싸워서 살아남은 최후에 1인을 차기 시공왕으로 뽑는다는 거죠.(거기에 보너스로 소원 하나 이뤄줌)

이전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의 '데스노트'와 비슷한 형식입니다만, 주인공의 인물로 데스노트의 머리도 신체 능력도 특급이었던 '야가미 라이토'와 달리, 한없이 무능력하고 소심하며 인간관계가 좋지 못한 '유키테루'와 결단력과 행동, 전투력에서 전능에 가까운 능력자 '유노'를 붙여놓았다는 게 특이점이랄까요. 

주인공인 유키테루는 처음 부터 다른 이들과 달리, 시공왕의 존재를 인식하고(대화를 하면서도 자신의 망상 세계의 인물이라 여겼지만) 마치 본능적으로 이 시험(고난)을 준비해왔던 것처럼 핸드폰으로 일기를 쓰는 것이 생활의 전부인 녀석이었죠.

그런 이유로 현 시공왕 역시 유키테루를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듯 보이며, 실제로 6권에선 자신에게 붙어있는 시공의 요정 무르무르와의 내기에서 유력 후보 1순위로 다시금 유키테루를 뽑기도 합니다.

사실 1권 때부터 그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생각해 왔고 그것을 공식적인 '내기'의 형태로 다시 확인한 것 뿐이지요.(참고로 무르무르의 점지자는 2th죠. 그녀는 내기를 하면서도 유키테루가 처한 현재의 상황 탓에 시공왕의 유력 지정자가 바뀔 거라고 예상합니다만 보기 좋게 틀리죠.)

여튼 5권 까지 서로를 의지(라기 보다 유노가 얀스럽게 끌어당기고 유키테루가 무력하게 따라다니는 형국)하며 결국 종반엔 화해의 무드 까지 조성되게 된 이후, 실종된 두 사람을 쫓던 아키세의 걱정을 시작으로 시작된 6권은 결국 두 사람을 찾아내게 되지만 그 형국이 꽤나 괴악하였고 결국 유키테루는 유노와의 결별을 단언하죠.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적대 세력인 8th의 등장과 의외의 복병으로 결국 유노는 다시금 유키테루의 히든카드가 되어 버리고 6권의 이야기는 종결.

객관적으로 보면 이만큼 찌질한 주인공도 찾기 어렵지만(티비판 에바의 신지 정도?)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현재의 능력치를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해도 되지요.(괜히 그런 능력으로 나대다간 1순위로 요절할테니) 

그나마 그는 얀데레 히로인 유노의 존재로 인해 '운'의 보정을 받아 여태까지 시공왕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모 이웃님의 포스팅으로 보면 결국 유노와 육체적 관계 까지 맺어지는 듯합니다만 왠지 엔딩의 마무리가 무척이나 씁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유노의 숨겨진 집안 이야기, 그녀가 지니고 다니는 머리, 대체 어떤 충격을 받으면 그렇게 될지 두려운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 변경' 까지 보면 아키세의 시점처럼 대체 유키테루 놈은 무슨 생각으로 '거기' 까지 간 건지 혀를 찰 정도네요.

다만 역시나 주인공의 무능력 레벨을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에 굴복하는 형상이랄까......)

'과연 앞으로의 얀데레계의 거성 유노의 얀 레벨은 어디 까지 올라갈까?' 내지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이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되는 때는 언제가 될까?' 등등 앞으로도 만화계의 밑바닥(저질이라는 의미가 아님)에서 컬트한 인기를 구가하며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작품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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