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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개벙개 26 - 완결
하츠키 교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제가 만화가 중에 성별을 착각한 분이 딱 두 사람 있습니다.
한 분은 '디앤 엔젤(D.N.ANGEL)'과 '여신 후보생'의 작가이신 스기사키 유키루 작가님이고 다른 한 분은 '러브 정키(국내명: 벙개벙개)'의 하츠키 쿄 작가님이죠.
사실 'D.N.ANGEL'로 스기사키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때가 고등학교 시절이고 그 때가 제가 본격적으로 만화 라이프에 뛰어든 시기라 헷갈릴 만도 했죠.
(매번 인삿말과 후기에 토끼 가면을 쓴 정장 차림의 남자로 그려졌으니....)
그때 당시 전 만화가의 꿈을 꾸고 있던지라(그냥 추상적으로) '롤모델을 꼽으라면 이 사람이다!'라는 마음으로 남성 작가(....)이신 스키사키 작가님을 존경했는데(그 감성적인 스토리 전개는 정말.....) 나중에 여성 작가 분이라는 걸 알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었죠.
(물론 남자가 여성 작가님을 롤모델로 삼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때 당시엔 성에 대한 편견이랄까, 여튼 청소년 다운 관념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성인이 되어 접한 '벙개 벙개'를 보고 또 혼자서 감동 먹고 '롤모델로 삼는다면...(또냐?)'으로 하츠키 쿄 작가님을 꼽았죠.
(그리고 패턴은 역시나 남성 작가가 어찌 이런 감성적인......)
아니, 사실 하츠키 쿄 작가님의 경우는 후기도 없고 뭔가 정보가 없어서 제 마음대로 망상한 쪽입니다만 당시 성인향 만화는 남자만 그린다는 편견이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지라 미처 작가님이 여성 분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죠.
(지금에 와서는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깨닫고 있지만요.)
사실 요즘에 와서는 성인향이라고 하면 인터넷의 발달과 정보의 범람으로 다들 자연스레 '기준 이상의 빠박함(porn급의)'을 떠올리게 되곤 합니다만,
그렇게 노골적이고 자극적이고 한 작품(애초에 이쪽은 전문 성인향 상업지라던지 동인지입니다만)들과 궤를 달리하는 정통 성인향(말이 이상하지만) 쪽으로도 어른들이 즐길만한 숨겨진 명작들이 많지요.
예를 들어 '잘나가는 두 사람(국내명: 원조교제)'라던지 '치사 X 뽕(제목이 구리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작품)', 이 '벙개벙개(러브 정키)'처럼 말이죠.
아는 사람만 알고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는 작품들이 바로 이런 작품들이죠.
특히 이런 작품들은 마이너 회사에서 내주는 것이 일상다반사라 간혹 정발해주던 출판사가 망해서 그대로 다음 권이 묻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벙개벙개의 경우에도 이전 아선미디어에서 내주다가 회사가 사라지고 묻힐 뻔한 것을 출판사 '조은세상'이 건져준 케이스죠.
메이져의 경우, 예를 들어 '무한의 주인' 같은 경우는 나름 팬덤도 있고 메이져 작품인지라 다른 메이져 회사에서의 구제가 나올 확률이 큽니다만 이런 마이너적인 성인향 작품에 한해서는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참고로 조은 세상은 나름 메이져 작품인 '헬싱'을 무삭제 무수정판으로 완결 정발 내기도 했죠.)
제목을 저렇게 썼지만 고백하자면, 러브 정키의 경우는 이미 이전에 완결되고 이미 외전인 SS까지 나온 상태입니다만 이제서야 책장 정리를 하며 본 탓에 감상문을 쓰게 되었네요.
여튼 대충 내용은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 에이타로가 엄청난 신체적 스펙(숨겨진 스펙이랄까)과 그 인간적인 성품, 특유의 여복으로 인해 여러 미인들을 만나며 '밤의 황제 놀이'를 하는 이야기랄까, 하나의 커플을 잡고 그들을 주제로 삼는 여타의 성인향 코믹스들과 달리 자유스럽고 호쾌한 빠박이 인상적인 작품이죠.
그리고 그런 구도인 탓에 자칫 스토리의 개연성이라던지 인간 관계가 부실해질 것을 염려하여 나름 세 명의 주요적인 히로인 캐릭터를 설정하고 에이타로가 그 세명과 순서대로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넣어 감성적인 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게 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제가 크게 감명을 받은 부분은 제 나름대로 진히로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미호(후반에 가선 안습이 되었지만)와 에무 사이의 사건, 그리고 지나라는 필명으로 에이타로에게 접근했던 요시코와의 갈등 부분이었다고 할까요.
솔직히 보통의 메이져의 시각으로 보면 안경과 땋은 머리, 거유라는 조합(세키레이에서 마츠가 이런 타입이죠)은 안경 벗고 머리 푸는 등의 노력해도 끝내 주연 자리를 얻지 못하는, 주변 캐릭터로 내정될 만한 스펙입니다만 외려 작가님은 이쪽(요시코)의 손을 들어 준 것이 나름 신선했지요.
가장 애달픈 스토리는 미호임에도 말이죠.(역시 비극은 애달퍼야 제맛... 이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론 미호와 이뤄졌으면 했습니다. 그런 아가씨를 놓치다니!)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밤놀이'입니다만 그 사이에 얽힌 위의 세 히로인과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는 성인향 작품 답지 않게 훈훈하고 안정감이 있어 물리지 않는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그런 긴 이야기(26권)를 스무스하게 잘 엮어낸 기량과 다른 정발작인 '미스 위저드 견습'이나 중편작인 'W네임'을 보면 이 분은 짧은 이야기 보다 외려 긴 이야기에서 빛을 발하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벙개벙개에 비해 두 작품은 그닥이었거든요. 콜렉팅도 안 했고)
그런 의미로 현재 일본에서 새로 연재하시는 'モ-トリ/妄想の砦(현재 5권 발매)'은 몇 권 분량 내정인지 궁금하고 긴 장편작이면 정발되었으면 하네요.(일본어를 몰라 정보 습득이 어렵군요)
P.S.
러브 정키 외전인 'SS'는 에이타로와 요시코의 후일담으로 했으면 했는데 그냥 말그대로 외전이라 실망.(.....)
작가님하 두 사람 후일담 좀 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