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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밍 Embalming 1
와츠키 노부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와츠키 노부히로 작가님은 '아직도' 방황 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대의 히트작이지 처녀작인 '바람의 검심' 이후로 이렇다 할 인기작이 나오지 않는 것에는 그걸 뛰어넘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어떤 벽 같은 것도 있겠습니다만,
실제 작가님의 행보를 보면 매번 시대의 유행이나 흐름과는 동떨어진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보이지요.
바람의 검심 이후 3권인가로 완결된 '건 블레이즈 웨스트'의 경우엔 바검 이후의 오랜만에 장편 신작이라 기대가 만발했지만 속알맹이를 열어보고 아스트랄을 느꼈을 분이 수두룩 할 듯합니다.
작가님 본인은 이런 웨스트 마카로니 로망 만화를 그려보고 싶었기에 '저지른' 일이라고 합니다만 반응은 그닥.
이후로 나온 '무장연금'이 그나마 호조(빠삐용이라는 걸출한 악역도 나오고)였습니다만 역시나 바검의 레벨에는 한참 못 미치고, 기본적인 메이져 소년 만화의 레벨(인기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완결 지어진 것도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겠구요.
사실 이 부분은 스승인 오바타 타케시 작가님 때 부터의 전통이랄까,
최고의 작화 능력을 바탕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사이보그 G짱'은 작품성 면에선 많은 인정을 받고 있지만 결국 인기도에서 밀려 묻힌 케이스가 되었고 이후 스토리 작가를 따로 둔 '아라비안 마신모험담 램프램프'에서 심기일전 하여(라기 보디 이 역시 너무 판타지스러운 내용이었기에 현대물의 그림체에 어울리는 깔끔한 오바타 선생의 이미지와는 조금 맞지 않았죠) '고스트 바둑왕'에서 부터 진가를 발휘하게 된 케이스죠.
그런 면에선 스승과 같은 방황의 길(결과적으로)을 가고 있지만 초반 처녀작으로 만루홈런(비유가 이상하지만)을 친 와츠키 노부히로 작가님 쪽이 더 낫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오바타 선생처럼 스토리에 대한 메이저적인 감각을 잡아내기 어렵다면 한 번 즈음은 스토리 작가를 두고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작가님 스스로는 한 번 그렇게 타인에게 의지하면 스스로의 작품 크리에이티브 의지가 약화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여튼 그렇게 자신만의 마이 웨이를 가고 계신 와츠키 노부히로 작가님의 신작인 '엠바밍'을 이제야 읽어 보았습니다.
바람의 검심 이후 매번 뭔가 시대에 동떨어지고 살짝 어긋난 듯한(하가렌이 유행할 때 무장연금이라던지) 작품을 내놓으시던 분이긴 하지만 이번 것은 좀비계를 근거로 한 '비틀린 작품'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여튼 작가님 다운 작품이 나온 듯하네요.
'살아있는 시체'라는 점에는 좀비물로써의 포인트가 있습니다만 그것이 과학으로 이루어진 반은 인간(의 사체)이고 반은 기계인 '인조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에 의외성이 있달까요.
참고로 이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제목의 '엠바밍'이란 용어 자체는 사체 보존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작품의 '인조인간(프랑켄슈타인)'과는 의미가 어긋나는 면이 있습니다.
크게 본다면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만 다른 사체의 신체 파츠를 갖다 붙여 조립하는 형태이고 고이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거리가 멀게 매번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꿰뚫리고 하는 '인조인간'의 이야기이므로 본래의 죽은 신체를 보존하는 엠바밍과는 거리가 있다는 거죠.
네, 이 이야기는 인간의 사체로 조립되어 움직이는 괴물인 '인조인간'과 그런 인조인간을 모두 파괴하려 하는 '인조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는 초인적인 괴력과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인 인조인간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인조인간 뿐.
어릴적 자신과 레이스, 에델의 가족들을 몰살한 '인조인간'에게 복수하고 그 주범 까지 찾아낸 주인공 퓨리는 자신의 소중한 존재였던 에델을 죽인 원수이자 친우였던 '레이스'를 죽이기 위해 자신을 창조(조립)해 낸 박사와 함께 런던으로 향하는 것으로 1권을 마무리.
다만 이번 1권의 주된 점은, 초회한정판에 한해서지만 부록으로 주어지는 단편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려 이 작품의 주된 분위기인 '인간의 신체를 도구로 인식하는 기괴함'과 '광기'를 잘 표현해주고 이미지를 부여해 준 작품이랄까, 본편 이전의 외전 형식입니다만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조인간의 소개와 함께 '엠바밍'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잘 드러내 주지요.
지금에 와서는 초회한정판이 모두 소진되어(저도 당시 오프라인에서 간신히 구했죠) 구하지 못할 상황입니다만 제 개인적으론 위의 이유로 외려 본편 보다 부록 단편집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인조인간에게 들러 붙는 것은 광인 아니면 악인 뿐이다' '이런 날씨(벼락이 치는)라면 인조인간이 태어나겠군' 등등의 대사들도 눈여겨 볼 포인트라 생각되구요.
다만 역시나 이전의 작품들 처럼 이 '엠바밍'도 현지에서나 국내에서나 그리 크게 인기를 얻고 주목 받지는 못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이네요.(소재가 매니악하긴 하지만 취향에 부합되면 재밌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