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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다크 나이트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쌍수 들고 환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유치한 짓은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해도 된다. 이 만한 스케일의 영화에 단지 그런 원시본능적인 반응은 어딘지 부족하다고 생각되잖아?
일단 난 어릴적 부터 배트맨을 좋아했다. 가면을 쓰고 악당을 혼내주는 히어로들은 거진 좋아했기에 특별히 유독 그만을 숭배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히어로(마블이나 dc코믹)의 부류로써는 그밖에 없다. 다른 히어로들도 가면을 쓰고 능력을 발휘하지만 dc에선 그가 최고다.(뭐 이것도 좀 머리가 크고 확립된 호성향이지만)
초기에 난 엉뚱한 생각을 해왔었다. 가면을 쓰고 폼을 잡고 최첨단 기계로 능력을 발휘하지만 1편과 리턴의 배트맨은 너무 어설프다. 물론 내가 접한 배트맨에 대한 매체 중 순위를 매기자면 베스트 3위에 오락가락할 물건들이지만 일단 그렇게 맨 성대로 소리를 내서야 그걸 간파 못하는 지인들이 xx들이다.
(게다가 계단을 어렵고 힘들게 기어 올라가 결국 조커에게 처 맞는 배트맨을 보며 안쓰럽기도 했다. 그 시대에선 내가 바라는 가장 근사치의 로망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왠지 시시콜콜한 고전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렇게 변했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그보다 뛰어난 배트맨 영화는 없다고 자부하던 내가. 그 원인은 바로 이 물건이 나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는 원시로의 강화. 마초적인 회귀...
이 성향은 구닥다리의 근처까지 갔다왔던 007에서도 보여지는데 머리쓰고 기계에 의존하는 젠틀한 영웅상에서 몸을 쓰는 영웅상으로 시대가 바뀌었다.
그 이유에는 요즘도 인기가 식지 않은 이종격투기라던지 영화상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제법 짭짤한 맛을 본 본 시리즈의 충격 등을 들 수 있겠지. 스파이 특수 요원이 실전 격투기를 하다니! 그 물건이 처음 나왔을 때(난 공중파 더빙판으로 봤지만) 충격은 좀 컸다.
멋지잖아 이거!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가 거대한 메이져인 007의 원시 영웅. 일단 2편까지 비슷한 컨셉으로 나온 신작은 많은 호평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초기 1편이 나올 당시에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내 최고의 히어로인 배트맨을 좋아했는지 아니었는지는 나에겐 별 상관이 없었다. 그는 이전의 작품(메멘토)에서 완성도 높은 심리 스릴러를 보여왔고 배트맨 앤 로빈으로 이어지며 타락할 대로 타락했던 배트맨의 계보는 한줄기 빛을 얻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나의 영웅이 진짜 멋진 모습으로 다시 일어난다! 모두가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게다가 범죄 스릴러 전문가! 우왕굿! 미치겠네.
당시 상영 끝물 극장가서 본 감상평은 일단 합격점. 살짝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배트카는 생각 이상으로 멋지고 와일드했고 걸걸하고 쉰 듯한 배트맨은 완벽한 갑옷(과학과 전투 능력)을 걸치고 과격하고 거칠게 악당들을 상대한다. 게다가 고리타분한 소심함도 없다. 마치 쌓이고 쌓인 분노를 폭발시키듯이 악을 향해 일갈한다. 본격적인 라운드에 앞서 보여지는 에피타이져로는 참으로 대단한 영화였다.
그리고 결국 2008년 그 본격적인 라운드가 개봉되었다.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이자 죽이지 못하는 미치광이 조커가 나온다.
다크나이트(dark knight).
애초에 스포일러가 나오기도 전에 모든 배트맨 팬들과 영화팬들은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다크나이트는 두 사람을 동시에 일컫는 말이다. 좋은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그건 맞는 말이고 공식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영화를 본 누구나 알 수 있다. 배트맨과 조커, 누구도 승자는 없다. 동등한 결론이다. 물론 빤히 조커가 모든 면에서 앞서지만 히스 레져는 하늘로 올라갔으니까.(...)
다음 편에서 조커는 배트맨과 놀지 못하고 또다른 조커는 정의에서 악으로 타락한 배트맨과 서로 거기서 거기인 애들의 치받이 싸움을 해야 한다. 물론 조커의 바람 자체가 그저 배트맨과 룰루랄라 재밌게 놀면 장땡이지만 그래서야 결국엔 어느게 악이고 선인 경계가 없어진다.
난 누구랑 싸우는 거지? 나와 같은 세계에 사는 놈이랑? 오십보 백보? 민간인의 눈에는 어떤 의복을 걸치든 모두 군바리? 그렇다면 그는 결국 배트맨 개인적인 인간성과 싸우게 되는 꼴이다.
누구도 그를 악당으로서의 풍모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모순이다. 그는 악당으로서의 품위를 위해 돈도 태우고 권력도 버렸는데 결국엔 대악당이 되지 못한다. 대악당이란 대단한 선과 싸우는 존재다. 어떤 의미에선 참 욕심없는 청렴결백이로군. 어이쿠!
결국엔 조커 역시 선이나 악이며 그런 경계의 모호함 때문에 오히려 다른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 사이에서 강력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영웅을 만들어낸 꼴이 아닌가!(일단 dc의 초인들은 같은 동료이면서도 아웃사이더인 그를 겁대가리 없는 그린 랜턴 외엔 모두 두려워한다.) 자신 스스로는 손해라고 생각 안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다.
일단 판은 잘 벌어졌다. 조커는 전설이 되었고 배트맨은 어떤 행동도 이해될 수 있는 위치에 놓였다. 선이지만 악이니까 어떤 판이든 크게 벌여도 이번 작에서 표현된 원론적인 고통은 없다. '죽어서 영웅이 되던지 살아서 악당이 되던지' 라는 모순에서 빠져 나왔다. 배트맨은 우화등선을 했다.
그러하기에 더욱 히스 레져의 사망은 가슴이 쓰리다. 떠도는 루머에는 조커가 다시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 새로운 조커를 믿어 버리기엔 이전의 히스 레져가 얄미울 정도로 너무 연기를 잘했다. 배트맨 팬들이나 영화 팬들은 모두 그가 눈에 밟힐 것이다. 대체 얼마나 죄 많은 인간이냐 당신은?
......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 영화는 가면을 쓴 히어로 영화지만 동시에 굉장히 탄력적인 범죄 스릴러다. 내가 1편 때부터 바라왔던 기대를 충족해 주었다. 맥빠지는 감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더이상의 미사어구는 필요 없을 것이다. 일단 영화를 4번 정도 더 돌려보고 그 늬앙스를 즐겨보라. 그 행위에 회의적이 되거나 짜증이 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작품에게로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커는 범죄자의 정석, 변주, 궁극의 결말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가 배트맨의 악당화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잃었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수확은 모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목숨을 잃지도 않고. 이런 악당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입은 찢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지 않는가. 이런 이상향적인 범죄 스릴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배트맨 역시 찌질하다거나 소심한 면 없이 종막에는 다크 히어로의 극을 보여준다. 내키는대로 슈트를 바꾸고 차를 바꾸고 동네에 서 있는 차라는 차는 모두 사이드 미러를 깨어 놓으며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까지 친다. 온갖 최신 기기를 사용하고 1편에서 보여준, 독수리 오형제가 부럽지 않은 패러글라이딩의 완성을 이룬다.(게다가 미스 캐스팅의 히로인까지 그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다.) 이보다 더 윈윈적인 완성도가 어디 있는가?
뭘 더 바라는가? what more do you need?
별을 네 개만 주는 이유? 셔플이 너무 아쉽다. 적어도 난 콘스탄틴 급 정도를 원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