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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 마스크버전 한정판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외 감독, 애론 에크하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감독인 놀란 감독의 특기는 내 생각엔 범죄스릴러다. 물론 그의 가장 성공작은 메멘토이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잘 다듬어져 완성된 한편의 범죄스릴러를 본 기분이라고 할까. 어쨌든 영웅이라는 틀에 맞쳐 이루어진 범죄 영화는 깔끔한 여운과 그럼으로서 더욱 부각되고 리얼리티를 거머쥔 영웅을 만들어 냈다.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었을 때엔 마냥 배트맨이라는 타이틀로서의 기대감 외엔 없었다. 그럴 것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은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이었으니까. 예전 공익 생활을 끝내고 본 배트맨비긴즈는 만족을 넘어 무너지다 못해 가루가 된 다크 히어로 배트맨의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 불굴의 작품이었다. 2007년 후반과 2008년 초반에 걸쳐 다크나이트에 대한 정보와 배트맨비긴즈 한정 세트가 출시되었을 때 덤으로 나온 프롤로그는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프롤로그의 마지막에 미소를 짓는 히스레져는 그 당시에는 신화 속의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처음엔 얼떨떨한 감상 뿐이었다. 최고인 건 알겠는데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아귀가 맞게 부합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워넘코리아의 철수... 가 아니고 DVD와 블루레이가 한정으로 빠방하게 출시되었을 때 난 이것이 신화가 될 타이틀임을 직감했다.
결국 당일날 저녁 즈음해서 주문을 넣을 당시 블루레이 한정판이 일시품절 뜨는 사태가 벌어지고 가까스로 하나 남은 사이트에 주문을 넣었을 때의 희열. 그리고 그 때만해도 솔직히 오히려 DVD가 구하기 어렵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루레이 보급률은 플레이스테이션 3 외엔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워너의 마지막 정식발매 타이틀이자 대작인 다크나이트가 어떤 플랫폼으로 수효가 있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 성격 좋은 워너마저 못 살겠다고 손 들고 떠나는 나라인데 뭐. 그 때문에 요즘 이 타이틀을 DVD로 구하기는 좀 어려울 듯싶고....
본론으로 돌아가서 난 이 영화를 DVD로만 연속 네번. 총 6번은 본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보는 영화들은 주로 공각기동대 극장판이나 반지의 제왕, 그외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좋고 보면서도 내내 어떤 영감을 얻는 그런 작품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크나이트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배트맨비긴즈 때도 감독이 추구했던 것은 리얼리티였다. 추락할 데까지 추락한 무초능력 영웅의 부상, 디씨코믹에서 아직까지 배트맨은 최상위의 능력자이며 그만한 대접을 받는 영웅이다. 통찰력, 권력, 힘, 용기, 지혜, 영웅으로서의 면모까지 뭐하나 다른 녀석들보다 꿀릴게 없으며 거의라 할만큼 혼자 행동하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다는 점, 그러면서도 정직하게 영웅다운 면모까지 고루 갖춘 영웅이다. 그런 영웅이 지금도 코믹 세계에선 누구보다 위대하게 활약하고 있음에도, 그리고 판타지든 리얼리티든 어디에든 최강인 그가 영화에서 그렇게 망가지는 것을 팬으로서 참으로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만 했던 현실.
놀란은 배트맨의 리얼리티에 매력을 느꼈고 조커와 어울리는 범죄스릴러를 원했다. 그렇게 다크나이트는 결국 페러럴 월드는 허락하되 크로스 오버 내지는 세계관 공유를 거부한 완전한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이곳에서 로빈은 나오기 힘들며 킬러 크록은 꿈도 못 꾼다. 오히려 다음 영화에선 어떤 적이 나올까가 궁금할 정도이다.
시대의 범죄는 법이나 돈에서 벗어났다. 인간의 도리, 광기,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을 세계에서 별종이라 여기는 고리타분한 정형성에 일침을 가한다, 초기의 고담은 더이상 타락할 수 없을만큼 썩어있었고 이제 조금씩 질서를 찾아간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조커는, 이번엔 법 이전에 인간이 당연히 지녀야만 할 유연한 존귀함을 시험한다. 그들의 어리석은 고정관념을 비웃고 영웅으로서의 배트맨에게 자신과 같은 정신관념을 기대한다.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살며 지켜주고 있는 그들에게조차 별종이라 불리는 '다른' 그에게.
하지만 그럼에도 배트맨은 끝까지 고담 시민들이 매달리는 법에 희망을 걸게 되고 결국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코믹에서의 그의 닉네님인 다크나이트는 범죄스릴러와 접목되어 법을 지키려 하면서도 그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인해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배트맨의 영웅적 선택을 보여주는 결과론적 제목이 되었다.
(그런 이유이기에 놀란의 말대로 배트포트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비쥬얼적으로. 더불어 그런 의미에서 이 리얼리티에서 법을 지킨 것은 결국 선이든 악이든 어떤 평가를 받든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판타지(배트맨)이 되어 버렸다는 결론은 놀란이 생각하는 결론이었을지도.)
반전: 근데 한정판다운 서플은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