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15
Oh! Great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와서 구태여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좀 구식같지만 이 파란만장한 만화를 처음 접한 건 고교 2년 생의 순진했던 때의 일이다.

그 동안 만화나 그밖의 매체에 노출이 되지 않아 내 나름대로 무진장 순진했던 때였고 어둠에 물들기 직전의 아주 불안정한 상태에서 접한 만화다.

일단 정의부터 내리자면,

겉으로는 '15세 미만만 보세요'라는 아주아주 가식적인 멘트가 모서리 구석에 적혀있는, 일단 펼치면 이런 쪽에 정통한 사람이든 혐오하는 사람이든 불만을 토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판매량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작품 전반을 어설프게 화이트와 명암 처리로 스리슬쩍 넘어가

정통하고 기대감을 가졌던 이들을 우롱하고, 15세를 믿고 가벼운 마음에 표지가 이뻐서 책을 펼친 이들에겐 생각지도 못한 아수라장 같은 전개에 기겁을 하게 만드는,

어느 게임 기자분의 말대로 '진정 만화다운 만화'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보며 난 순진무구한 젊은 혈기를 느꼈다.

그때 당시는 무협지에 관해서도 접근이 거의 전무했던 본인인지라 비교를 할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큰머리(?)로 보니 딱 그말이 정답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일본스러운 초인적인 힘과 피와 싸움과 퇴폐적이기까지한 성적 유희가 난무하는 작품.

일본 현지에서도 그리 높지 않은 수위를 가진 만화잡지에 연재되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작가의 본질이 음지쪽이다 보니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뒷배경도 있다.

 뭐, 웬만한 상반신 노출이나 속곳노출 등은 이제와서는 중학생 이하의 애들도 코웃음을 칠 정도로 개방되어진 성적으로 무난한  현실이지만,

내 나름대로는 1999년과 2000년 전반으로 어떤 경계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새내기 밀레니엄인 그 맘때엔 그래도 꽤나 충격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이야 이런 가벼운 무협스토리 만화 부류가 넘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유일하다시피 했으니까.)

성향이 어디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고 작가가 스스로 역사 매니아라고 주장하는 만큼 일본의 역사와 관한 것도 많이 가미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걸 고려해서 작품을 시작했다고는 조금 생각하지 어려운 면도 있는- 아마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 작품이다. 

일본의 역사라는 것이 끈적끈적하고 거기다가 작가의 나이스한 성향으로 더욱 나이스한(?) 필력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의 취향에 의해 그저 도구로서 역사가 개입되었다는 느낌이다.

본권의 주 내용인 과거에 대한 서로의 사정은 실제 일본의 모 유명 실권자의 죽음과 정권의 교체 속에서 아주아주 아슬하게 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더군다나 전권에서 언듯 언급되는,

고대 백제와 일본의 관계를 주변 국가인 고구려와  신라의 이해관계 포함하여 싹 무시하고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해 보이는 것이 빤한 이벤트를 스토리에 집어 넣었다는 점은

역사는 그저 조미료일 뿐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더욱 보강해 주는 요소이다.(여기서 잠시 성질 눌러 참고)

요즘 한창 잘나가고 있는 오구레씨의 타작인 에어기어와 함께 본인이 죽고 못사는 취향이 한 가득인 작품.

하지만 너무 생각없어 보이는, 취향의 매너리즘까지 내보이는 스토리 전개와 역사왜곡은 귀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씩 애증의 혼란을 느끼게도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결론은 가볍게 취향 맞게 보라는 것이다. 너무 진지하게 이 작품을 대하다가는 어떤 분의 일화대로 책을 찢어버리는 건 고사하고 불태울지도 모를테니까.

...... 쓰다보니 한권 리뷰라기 보다는 작품의 전체적인 리뷰가 되었지만 어쨌든 가볍게 작가의 수위 높은(?) 센스와 입담, 필력을 즐기는 차원으로는 아주아주 적합한 작품으로 앞으로의 행보도 생각없이 기대하며 이쯤에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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