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그리고 은총의 빛
에디트 슈타인 지음, 뱅상 오캉트 엮음, 이연행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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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간 서평을 쓰면서 저는 많이 격앙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곳곳에서 저의 서평을 두고 개인적인 일기를 쓴다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한 이는 저에게 그냥 혼자 숨겨두고 흘리라고 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담아두기엔 제 그릇이 너무 작았습니다. 책의 내용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요지였지만 그 이면에는 당신 글은 일기에 불과하니 서평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평을 쓰면서는 솔직히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쓰든 내 글은 일기에 불과할 텐데 굳이 써서 뭐하나 싶어서 서평활동을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저 같은 사람을 서평단으로 뽑아주신 출판사 담당님께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저의 서평활동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설령 비난을 듣더라도 말입니다.

저는 8월 말부터 지금까지 성당에 발걸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은 죽었고 다시 시작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돈도 없거니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가련한 상태인 저를 하느님께서 받아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게는 몇 년째 이어지는 좋지 못한 버릇도 있습니다. 모두들 하느님 품에 안겨 있는데 저만 연옥에서 허덕이는 상상을 늘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책을 읽고서 기쁨을 많이 느끼는 것은 아직 하느님의 사랑이 제게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일 겁니다. , 저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대로 하자는 대로 이 길 저 길 따라갔다가 정신적으로 고갈되어 있을 뿐이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들은 그들답게, 저는 저답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그들이 좋다는 대로 하자는 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의 신앙생활은 죽지 않았으며,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성당으로 나서지 못하지만 언젠가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성당으로 돌아가는 날, 저는 하느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랜 방황 끝에 당신께 돌아왔노라고. 집에 우환이 생겼을 때 저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했다고. 그리고 당신을 욕보이는 행동을 해서 정말 죄송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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