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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 창세기에 담긴 하느님의 약속
손희송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6월
평점 :
요즘 성당생활이 지겨워졌다.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았건만 나에게 뭘 맡겨놓은 것마냥 당연하게 요구해 오는 사람들이 싫어졌다. 이번 주에는 주일미사를 아예 궐했다. 죄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나조차도 당황했다. 한 번 궐하기 시작하니 다음 주에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누구 말대로 하느님은 이런 나를 전혀 기뻐하지 않으시겠지.
내가 다니는 성당에는 부유한 분들이 많다. 다들 너무 신앙심도 깊고 잘하는데 나는 하자가 많고 신앙심도 그리 좋지 못하다. 사람들은 그런 내게 자신의 일(대리조배 및 독서, 묵주 만들어오고 축복까지 받아오기 등)을 아무런 미안함이나 감사함도 없이 떠넘긴다.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꾸만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게 더 많은 연단을 받아야 한다며 세뇌하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일, 좋은 몫을 선택한다는 게 그들의 일을 거절하지 않고 다 떠안아야 하는 걸까. 나는 화가 치밀었다. 내가 만만한가보다. 하긴 어릴 때부터 죽 왕따를 당했으니 얼마나 만만해 보였을까. 게다가 나는 사람들이 이러는 또 하나의 이유를 알고 있다.
이런 나의 상황에서도 희망이라는 게 있을까? 창세기를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는데 그런 이들에게도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당신께서 선택하신 이들 외에도 자비를 베푸신다. 그럼에도 몇몇 이들을 선택하신 것은 만민을 구원하기 위해서이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신다.
연단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이지 사람들이 임의로 주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내게 일을 떠넘기는 건 연단을 핑계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나는 좀 더 똑 부러지게 거절했어야 했다. 내게 무례하게 구는 이들에게 단호한 공격도 감행했어야 했다. 성당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보다 성당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무례하고 이기적이라 아이러니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느님이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걸 좀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비록 사람들의 패악질에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보직전이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작은 마음을 보셨나보다. 제목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희망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내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발을 씻어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