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고독한 사랑의 길
김진태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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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은 사순 시기가 되면 마땅히 바쳐야 할 기도입니다. 1처부터 제14처까지 바치면 30분은 족히 걸리는 줄 압니다. 매 처마다 기도문을 읊고 주모경을 바쳐야 하므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온전히 집중할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 성격이 급하고 말이 빨라서 20여 분 만에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14처까지 이어지는 주님의 긴 수난의 길을 오롯이 묵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은 저자 신부님의 묵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부님의 글은 저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고 뜨겁게 합니다. 웬만한 감성적인 글에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 저는 신부님의 묵상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이 책으로 십자가의 길을 바쳐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가톨릭 기도서에 짧은 기도문이 정해져 있지만 저는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흘려보낼 것이 없습니다.

저 또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제가 당신을 인지하기 이전부터 많은 체험을 보여 주셨는데 저는 같은 죄를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대학교 때 이단에 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이외에도 여기에 다 적지 못할 정도로 여러 가지 체험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지 5년이 다 되어갑니다. 물론 견진성사도 받았습니다. 서른 문턱에 다시 하느님을 만나게 된 것은 크나큰 기쁨입니다.

그럼에도 가끔 하느님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죄를 지을 때,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때……. 심지어 남들에게 있는 하느님이 내겐 안 계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시지 않았다면 대학교 때 이단에 홀렸을 수도 있었는데 저는 그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내 의지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하느님께 의탁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너무 사랑하지만 또 그만큼 없는 것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저는 비어 있는 성전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순 시기 금요일에 공동으로 바칠 때도 좋지만 잘 가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묵상이 되어 매 처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젊은 시절에 쓰셨다고 했는데 저는 최근에 쓰신 줄 알았습니다. 슬픔에도 연륜과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습니다. 고통의 길을 뻔히 알면서도 묵묵히 가신 주님처럼 저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감히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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