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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어때서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심리
홍성남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2월
평점 :
약 1년 정도 성체조배회 조장을 맡았다가 얼마 전 내려놓았다. 조장이 해야 하는 대리 조배, 조배실 청소 등은 기본이고 회장님 지시로 현황판 제작이나 문서 작업까지 해야 하는 관계로 고되었기 때문이다. 20주년 행사 이전부터 그만둔다고 몇 번이나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행사 초대장이나 근속상장, 기도문 인쇄 등을 회장님이 부르면 바로 가서 해야 했다. 참고로 집에서 성당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30분 남짓이다.
이런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변변히 축일 축하해 주는 이도 없었다(다른 회원들에게는 했는데). 초봉사를 하면 느리다고 혼나고, 준비를 미처 단정하게 못했다고 혼났다. 그래서 내가 초봉사를 빠지겠다고 말한 것이었는데 그게 더 큰 일로 돌아왔다. 남들 한 번 하는 청소 두 번이나 하고, 대리 조배도 몇 번이나 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자발적으로 손을 들기도 하지만 나에게 개인톡으로 당연한 듯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나는 신앙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른 간부들도 나와는 말을 섞거나 친근하게 대하지 않았다. 일 시킬 때만 “나연씨~ 이것 좀 해 주세요!”, “에스델~ 저거 좀 해 주세요!” 이랬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하느님의 일이라지만 모든 일을 나 혼자 할 수는 없었는데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극복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아니었다.
나는 레지오에서도 그랬고 청년회에서도 그랬고 여기서도 그랬고 사람들과 그리 좋게 끝나지 못했다. 다들 너무 잘하고 서로서로 다 친한데 나만 겉돌아야 하는 것도 싫었다. 이 모든 갈등을 나 혼자 짊어져야 하고 나만 사과해야 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설령 그게 의지로써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든가 아니면 사이비 이단이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일단 난 그렇지 못하니 패스.
이 책을 읽으면서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봉사직도 기쁘게, 자발적으로 임해야 하는데 나는 타성에 젖어 시작하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신앙생활도 의무감과 중압감에 짓눌린 채로 하게 되는 등 나의 영적 상태는 문제가 많았다. 지금은 하느님과의 관계는 저버리지 않되, 내 마음에 집중하면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해야 할 때다. 늘 강조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