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수상작을 포함해 모두 일곱 편이다. 일곱 편 모두 각자의 스토리로 매력을 뽐냈지만 그 중 수상작은 <해녀의 아들>이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에 픽션을 더한 이야기였다. 요즘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이 유명한가 보다고 생각했다. 묻힐 뻔한 역사가 소설이든 다큐멘터리든 간간이 등장하는 걸 보면 세상에 영원히 묻혀야 할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죽일 생각은 없었어>를 읽으면서 나는 양귀자 작가님의 소설인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떠올렸다. 이 편을 끝까지 읽고 나서도 그랬다. 여성 빌런의 끔찍하고 파격적인 행위에 읽는 내내 스트레스가 쌓이면서도 단시간에 다 읽어버렸다. 소설의 내용은 흡인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실행하고 싶지도 않고 실행할 수도 없다.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면 여성혐오 범죄가 되듯 반대의 경우도 남성혐오 범죄가 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황량한 마을에 일어났던 <40피트 건물 괴사건>과 마약범죄자 외국인과 가정 파괴를 다룬 <꽃은 알고 있다>, 선천적 사이코패스와 후천적 소시오패스가 만나는 <연모>, 유명 소설을 오마주한 <팔각관의 비밀>, 마지막으로 초등학생 유괴 살해 사건을 다룬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모두 하루 만에 다 읽어나가기 충분했고 흥미로웠다. 역시 이런 소설은 짧은 시간 만에 다 읽어야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나는 이상하게도 추리소설이나 만화에는 그다지 몰입을 못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추리소설도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수상작은 단 한 편이었지만 나머지 이야기도 내게는 잘 맞았다. 맨 뒷장에 심사평이 등장하는데 응모작들이 많이 형편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소설을 쓰려고 해도 어떤 분야든 잡지식이 많음과 동시에 짜임새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