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명상의 씨 - 개정2판
토마스 머튼 지음, 오지영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아들자마자 왠지 모르게 정서가 안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구태여 외딴 곳을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이 책 한 권으로 피정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 같았습니다. 불안한 정서를 타고난 저에게 포근한 나무 사진으로 뒤덮인 표지는 하루에 복용하는 7가지의 약보다 더 효과가 좋았습니다. 저의 고백이 다른 질환으로 그 이상의 약을 드시는 분들께는 다소 엄살이 될 수도 있으려나요?

이 책은 단순히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똑 떨어지는 실용서가 아닙니다. 명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책도 아닙니다. 오히려 명상을 주제로 한 신부님의 사색이 담긴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명상을 통해 하느님께 머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처럼 명상을 할 줄 모른다면 이런 책이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요즘 하느님과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신앙도 의무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하느님을 그저 심판과 단죄의 존재로서만 규정지었습니다. 하느님이 저를 용서해 주셨고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라는 큰 선물도 주셨다는 사실은 망각했습니다. 세례 이전에 저지른 죄를 재삼 반복하고, 같은 문제로 고해성사를 여러 차례 봅니다. 저의 고해를 들으신 신부님께선 생활 패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점검해 보라고 말씀해 주셨지요.

하느님께 다가가기 위해서는 명상이나 체험도 필요합니다만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교회에 순명하지 않는 건 하느님께 순명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저자이신 토마스 머튼 신부님도 신앙서적을 한 줄도 읽지 않으면서 그것들이 모두 쓸데없다고 말하는 관상가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책에만 파묻혀서 이론은 많이 알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현존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현존하십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저의 게으른 일상 속에서 하느님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바로 그 시점이 하느님께서 계시는 시간이었다니 그동안의 삶이 너무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의 모든 사정을 다 보셨으면서도 심판과 단죄를 유예하고 계셨을 하느님을 생각하니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도 깨달아야 했습니다.

저의 생활은 이제 더 이상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현존을 자각한 순간부터는 저의 모든 생활은 하느님을 위한 봉헌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저는 게으르게 혹은 자살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삶을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해나가야 합니다. 저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간다면 먼 훗날 하느님 앞에 나아갔을 때 그분과 즐겁게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