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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계시
노리치의 율리아나 지음,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2월
평점 :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무한한 사랑,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뜨거운 사랑. 물론 후자는 전자에 비하면 미미한 티끌일 뿐이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아무리 말하고 다니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에 비길까요? 당장 저만 하더라도 하느님 사랑한다면서 같은 죄에 여러 번 걸려 넘어지는걸요.
우리는 미사 때마다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맞습니다. 제 속은 너무나 옹졸하고 더러워서 하느님 모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공평하게 한 말씀만 하십니다. 그러면 우리 영혼은 낫게 됩니다.
저는 하느님께 합당한 사람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신다고 하여 하느님께 대들거나 맞설 수 없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 죄를 짓고 나면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자책에 시달립니다. 심지어 세례 전에 지은 죄악도 헤아리며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저마저 용서해 주셨습니다. 죄를 짓고 나서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저를 두고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마음아파하시는 것을 알게 된 저는 더 많이 괴롭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가 자책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악마가 주는 자책에 시달리지 않으렵니다.
또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단 한 번도 매질을 하거나 분노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그동안 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는 이야깁니다. 따라서 저의 모든 상처와 고난에 대해 하느님께 따지면 안 됩니다. 물론 고난을 겪고 상처를 입는 게 결코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만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땅히 겪어야 할 과정일 뿐입니다.
하느님은 오로지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사랑하십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깨닫습니다. 하느님을 생각하면 그저 죄인으로서 통회하고 부끄러워할 따름입니다. 하느님, 죄 많은 저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합니다. 이런 저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