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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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나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시대에 살아서 그녀와 만난 적이 있었다든가 이런 얘기는 아니다.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파시즘을 공부하면서 전체주의의 기원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부터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한나의 저서는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다. 나는 이해가 안 되는 와중에도 틈틈이 읽어나갔다.

이외에도 한나 아렌트를 전공하시는 선생님들의 조언을 구해 그분들이 추천하셨던 정신의 삶,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등 여러 저서를 모아들였다. 나는 그렇게 한나 아렌트의 덕후(?)’가 되어 있었다. 영어 한 마디 할 줄 모르면서 그녀와 관련된 자료라면 영어로 된 원서나 논문도 모았다. 여기에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나의 한나 아렌트 사랑은 성당에서도, 다니는 병원에서도 유명했다. 내가 대학원생으로서 한나 아렌트를 연구한다고 소개를 하면 모두들 놀랐고, 심지어 간단한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아직 공부하는 단계라 최대한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하면 잘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한나 아렌트 연구는 내게 있어 필수적 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책의 내용은 내가 예전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영-브륄의 한나 아렌트 전기와 대개 유사했다. 브륄의 전기가 매우 두껍고 방대하며 읽기가 좀 부담되었던 반면 이 책은 상대적으로 얇고 가벼우며 쉽고 편안했다. 보통 자기가 이해한 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제일 어려운 법인데 이 책은 그동안 좀 이해가 어려워 잠시 놔두었던 부분을 매우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유대인 출신의 똑똑했던 여성이 수년 간 무국적자로 살았고 얼마 간 강제수용소 생활까지 했음에도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기의 학자들이 나치에 동조하면서 자신들의 안위를 지켰던 것처럼 한나 역시 그럴 만도 했건만 그녀가 나치에 동조했다는 내용은 없다.

나는 한나 아렌트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어두웠던 소녀 시절을 거치면서 열등의식으로 가득 찬 자아였기에 똑똑하고 유복했던 아렌트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이고 사소한 문제다.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후대에서나마 그녀를 알게 된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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