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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평점 :
이 책은 네 분의 작가가 네 명의 고3들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집이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치는 고3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로는 나의 고3시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딱히 과거가 밝고 명랑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소설집을 처음 접했을 때 모종의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향한 열등감이라니, 참 이상하긴 하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고 나서는 내 마음 속 열등감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저마다의 힘듦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나를 겹쳐 보이게 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 현장실습을 갔다가 자살한 쌍둥이 여동생을 둔 언니, 대학에 가기 위해 긍정적으로 사는 학생이다. 여기에서까지 나의 힘들었던 고3시절을 꺼낸다면 글이 무척 구질구질해질 것이다.
네 편의 소설은 답답할 정도로 괴롭지만 상쾌하고 시원하게 끝난다. 특히 메인타이틀인 「어느 멋진 날」이 그렇다. 나는 주인공인 고동철과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가장 마음이 가던 편이다. 잘나가는 일진 패거리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고동철이 친구들과 함께 사이다 응징을 벌이는 쾌감이란!
나머지 세 편은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 주연이어서 약간 괴리감이 느껴졌다. 주인공의 쌍둥이 여동생은 중학교 때 성적이 좋았음에도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하였고, 또 다른 주인공은 파리에 유학 오기 전부터 우등생이었고, 마법사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끝에 우등생 자리를 지켜내는 주인공까지 나와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 소설집의 제목이 왜 『어느 멋진 날』이 되었을까?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던 이들이 마지막 장이 되어서야 그들만의 멋진 날을 맞이했다는 것일까. 물론 내가 이야기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네 편에서 그런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첫 편인 「겨울이 죽었다」에서처럼 누군가가 진실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멋진 날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