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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로그인 - 글쓰기 공동체를 꿈꾸는 열네 명의 100일 글쓰기
이미란 외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모두 열네 명이다. 열네 명의 저자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솜씨를 풀어내지만 글쓰기 공동체를 꿈꾼다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10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쓴 글을 2019년 가을부터 2021년 가을까지의 다섯 시즌별로 모아서 이 책을 출간하였다. 과연 100일 동안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그들은 거뜬히 해냈다.
그들의 글은 한 편 한 편 정겹고 따뜻하다. 누구 하나 뒤처지거나 모자라지 않고 저마다의 뛰어난 글 솜씨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이야기 한 편마다 말미에 공동체 구성원들의 센스 넘치는 댓글도 실려 있다. 어느 글쓰기 공동체든 합평은 기본인데 여기서는 지적이나 평가보다는 공감과 배려가 담겨 있는 댓글을 남겼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매력 포인트를 발견한 셈이다.
열네 명의 작가들은 모두 직업이 따로 있다. 소설가이신 분도 계시지만 전업주부나 의사, 대학교수도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영역에서 짬을 내어 글을 썼다. 글을 쓰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배워야 할 점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날마다 뭐라도 써야 하는데 그런 수고를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작가들은 매일같이 글을 써 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송용식의 에세이인 『놓았던 손 다시 잡으며』 가 생각난다. 이렇게 보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일상을 글감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책을 읽은 시점에 송용식의 책을 같이 읽었고 비슷한 시기에 완독했다. 요즘 나오는 페미니즘/남성혐오 색채가 강한 에세이에만 노출돼서 많이 불편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토록 아름답고 다정한 수필이라니!
책은 무척 두꺼웠지만 나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펴든 순간부터 페이지가 줄어들어서 아쉬워했다. 에세이 한 편당 약 두세 페이지밖에 안 되는데다 모든 편을 일일이 요약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보고 싶다. 만일 이 책을 요약해야 한다면 그건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고 또 그렇게 쓰인 글은 서평이 아니다. 나는 서평을 쓰는 것이지 시험용 요약본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아침부터 두 편째 서평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따라서 다음 책의 서평을 또 쓸지 아니면 내일 쓸지 고민하는 중이다. 남들은 재빠르게 쓰는 것 같은데 나는 두 편째 쓰는데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자체만으로 흥미롭고 즐겁다. 만일 이 책을 계기로 내가 공동체를 꾸린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싶다. 자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나만의 글쓰기 공동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