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았던 손 다시 잡으며
송용식 지음 / 마음시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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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책을 읽고 나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것저것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의무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보통의 의무라면 무척 갑갑하고 힘듦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글쓰기의 의무는 흥미롭고 즐겁다.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의무는 지치거나 힘들지 않다. 화면에 커서가 깜박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뇌하는 시간도 즐겁다. 나는 이 일을 하느님께서 주신 일이라 생각하며 고뇌마저 안고 가려 한다.

저자는 30년 동안 잘 나가는 직장인이었다가 고향인 남평에서 글을 쓰며 지낸다. 문예지에 두 번이나 등단할 정도로 뛰어난 글 실력은 이 책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저자는 젊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장년이 되어서까지 그 끈을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은 직장과 달리 나이 제한이 없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예전에는 등단이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등단을 거치지 않아도 책을 내고 잘 팔리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글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본문 75쪽을 보면 저자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 나온다.

 

이번 신춘문예에 투고해 놓고 나에게 냉정한 질문을 해 보았다. 시를 쓰는 에너지의 근원은 어디인가. 시를 쓸 수 있는 자질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가. 시적 유희 같은 감정의 사치는 없는가. 시를 쓴다며 무모하게 감정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어느 질문에도 시원한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도 신춘문예까지는 아니고 지역 공모전에 수필과 시를 올려 보았지만 당연히 낙선했다. 지금 이 시간에 당시 올린 글을 열어본다면 1초가 되기도 전에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어맛, 내가 이렇게 글을 못 썼다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 말이다. 나의 글은 당시 통찰력이나 지혜가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쓴 터라 떨어진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도전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섬세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그러한 특징은 사소한 것도 눈여겨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특히 저자의 경우 공학박사 출신으로서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써 따뜻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치열하게 살았고, 아버지와 형제를 잃은 아픔이 있었지만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거나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있지 않는다.

나의 글쓰기는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질까. 글이 방향 없는 신세한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나는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고 있는가. 글을 쓰기보다는 한 문단을 채우는 데 여념이 없지 않은가.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내 글에 대해 혹평을 남긴 분들이 없다. 누가 뭐라 하는 이도 없는데 나 혼자만 자책하는 건지도 모른다. 서평을 쓰면서 나도 나이가 들면 저자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부족한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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