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 - 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향가의 세계 진경문고
이형대 지음, 신준식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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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부여를 방문했다가 '궁림지'라는 연못에 갔는데 그곳은 바로 백제 무왕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제의 무왕은 '서동요'로 유명한 서동이에요. 궁림지 중앙에 있는 정자에 '서동요'가 적혀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서동요는 많이 알려져있기도 하고, 드라마나 동화책을 통해서도 많이 접했지만 이 노래가 '4구체 향가'라는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향가...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몇편 접해본 기억이 납니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노래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시도 아닌데 우리는 왜 향가를 배워왔을까요?

 

어린 두 딸과 친구들에게 들려주려고 향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형대 교수의 <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를 통해 나 또한 1,000여년도 더 되는 시간을 뛰어넘어 신라인의 눈과 마음으로 신라의 노래 향가를 하나씩 음미해나가 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도 알고 있는 <서동요>는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향가일 것 같습니다. 미천한 마장수였던 서동이 노래를 퍼뜨려 신라의 선화공주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자꾸 읽다 보니 조금씩 음을 살려 노래로 읊조려보기도 합니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사귀어 두고

서동서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네.

 

딸과 함께 우리 마음대로 불러보긴 하지만 부를때마다 음이 달라집니다. ㅎㅎ

 

신라 성덕왕 시절 순정공의 아내인 수로부인이 바위 벼랑에 피어있는 철쭉꽃을 꺾어달라고 하자 소를 끌고 지나던 노인이 불렀다는 <헌화가>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어느 날 밤 아내의 잠자리에 숨어든 역신을 보고 불렀다는 <처용가>

서동요를 포함한 이 세편은 우리에게 익숙한 향가입니다. 그러기에 작가가 들려주는 뒷이야기에 아하~ 고개를 끄덕이며 신라의 역사까지도 더불어 알아가게 되네요.

 

달빛에 가부좌를 틀며 <원왕생가>, 도둑들의 칼날 앞에서 <우적가>, 죽은 누이를 만가기 위해 <제망매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 <혜성가>, 지난 봄을 그리며 <모죽지랑가>, 화랑이 칼을 버린 날 <찬기파랑가>
백성을 아이 돌보듯 <안민가>, 잣나무가 시든 까닭은 <원가>, 천 개의 눈 가운데 하나만 <도천수대비가>


삼국시대 중 가장 늦게 불교를 받아들인 신라는 불교의 이상세계인 서방정토를 꿈꾸는데 관음보살의 힘을 빌어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내고자 향가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합니다. <원앙생가> <우적가> <도천수대비가> <제망매가>가 불교 계통의 노래입니다.

신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인 '화랑'의 이야기를 담은 <찬기파랑가> <모죽지랑가>를 보며 위대했던 화랑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도 알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향가를 가르치려하지 않습니다. 다른 동시나 시를 먼저 들려주기도 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나서 향가를 들려줍니다. 다음은 향가에 얽힌 이야기를 신라의 역사와 함께 풀어내주지요. 그리고는 대목대목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다시 한 번 향가를 들려줍니다. 앞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무심코 읽어내려왔던 향가가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는 한 줄 한 줄 의미있게 다가오기 시작하네요.

 

천여년 전 신라인들이 지어 불렀던 향가는 악곡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노래로 부를수는 없다 합니다. 지금은 노랫말과 그 배경설화만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을 통해 향가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갈수록 더 흥미를 끕니다.

모두 12편의 향가가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향가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래서인지 한 편, 한 편 되네이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느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향가 하나에 여러 이야기가 있기에 뒤로 빨리 넘어갈 수 없는 여운을 남기기도 합니다.

 

작가는 뒷글에서 향가를 읽을때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와 같은 책들을 함께 보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세상이나 사물을 바라보고자 노력한다면, 작품을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향가' 라는 낯설은 작품과 신라라는 한 시대를 머릿속에 상상하며 그려보는데 도움이 될 책인 것 같습니다.

 

(전남 해남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이형대 작가님...같은 고향을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더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구요. 작업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신준식 선생님의 소식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시대적으로 마음적으로 멀게만 느껴졌을 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를 마음 가득 느끼게 해준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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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까만 돌 일공일삼 77
김혜연 지음, 허구 그림 / 비룡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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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이든 남자이든 우리들은 누구나 고민거리를 안고 산다.

그 고민거리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가에 따라 조금 더 행복해지거나 조금 더 불행해지기도 할 것이다.

 

<말하는 까만 돌>에 등장하는 지호는 새나 벌레와 이야기를 하고 아토피가 있다고 해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새에게 안녕, 하고 말을 걸면 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대꾸해 준다. 새들은 지호를 놀리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느다. 어떨 땐 까닥까닥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말은 못해도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p.31)

지호는 시시때때로 괴롭히는 친구들보다 자기의 말을 잘 들어주는 새나 벌레들이 더 편안하고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점도 친구들에게 놀림감의 대상이 된다.

소나무숲길에서 세 악당, 형규, 덕수, 희준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다음 날, 숲길을 걷다가 까만 돌 하나를 걷어찼는데 "아얏!" 하고 말을 하는 돌을 발견했다.

그날부터 지호는 말을 하는 까만 돌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속상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말하고 싶을때만 말하는 까만돌이지만 지호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지호는 마음의 상처를 하나씩 치유해 나간다. 그래서 앞집에 온 줄리아줌마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져온 영혼이 담긴 신비한 돌이라는걸 알지만 지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까만 돌을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까만돌의 능력을 알게 된 아빠도 까만돌에게 지호엄마의 교통사고 이후 입을 닫아버렸던 그 아픈 상처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여태 자신 스스로에게도 꺼낼 수 없었던 아픔을 토해내면서 어느새 아빠 또한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이제 아빠는 지호를 위해 학교앞에 페인트로 직접 횡단보도도 그리고,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육교를 설치하게끔도 하였다. 지호도, 아빠도 이제 까만돌에게 굳이 마음속 아픈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아도 조금씩 행복해져가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지호는 이제 까만 돌이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사가던 날, 소나무길에 가져다 놓는다.

 

줄리아줌마와 지호, 지호아빠 모두 마음속에 있던 상처들을 까만 돌에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조금씩 치유하고 성장해나가고 있다. 까만 돌이 그들에게 어떤 것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행복의 길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고보면 까만 돌은 '말하는 까만 돌'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말을 들어주는 까만 돌'이었던 셈이다.

속상하고 외로울때 옆에 나의 말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건 정말 많은 위로가 된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어서가 아니라 그저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안정이 되고 내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되기도 한다.

갈수록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 줄어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까만 돌' 같은 친구가 꼭 필요할 것 같다. 그러한 친구를 먼저 찾으려 하기보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준다면 그 친구도 자연스럽게 나에게 '까만 돌'같은 친구가 되어 있으리라.

 

이 책은 말을 하는 까만 돌을 통해 판타지와 현실을 적절히 잘 섞어주었고, 책을 읽으면서 그 이미지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을만큼의 예쁜 표현들도 보여주었다.

 

소나무는 등이 간지러운지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p.33)

저 앞쪽에서 지호가 고개를 까닥이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모이를 쪼아 먹는 새 같았다. (p43)

콜라병 뚜껑을 열었을 때 공기 방울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시원한 소리였다. (p45)

누군가 지호의 가슴속으로 들어와 절구질을 하는가 보았다. 쿵덕 쿵덕 쿵덕 쿵덕. (p75)

 

이러한 표현들은 독자들을 책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래서 김혜연 작가의 동화에 빠져들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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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은 너무해! 큰곰자리 3
전은지 지음, 김재희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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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용돈, 얼마나 어떻게 주어야할까 하는건 많은 엄마들의 고민인 것 같아요.

큰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했어요.

이 책속의 수아처럼 일주일에 천원씩!!

원래 약간 꼼쟁이인 딸은 한꺼번에 용돈을 써버리진 않는 것 같아요.

모아 두었다가 친구생일때 선물도 사고, 가족들 생일선물도 사지요.

보통 학년이 올라가면 용돈을 올려준다고 하던데, 이제 3학년이 된 딸에게도 용돈을 올려주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수아처럼 '천원은 너무해!'라고 말할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

 

책읽는곰의 책 <천원은 너무해!>

저보다도 딸이 먼저 봤어요.

진짜 재밌다며 두번이나 읽고 엄마가 읽은 다음 또 한 번 읽었답니다.

 

용돈을 규모있게 써야한다며 일주일에 천원씩 용돈을 주겠다는 엄마와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라며 용돈받기를 거부하는 수아, 과연 수아는 용돈을 잘 관리해서 쓸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중의 하나는 바로 학교 앞 문방구일거에요.

문방구에는 원재료를 알 수 없는 불량식품이 가득하기에 엄마들은 절대로 못가게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몰래 가끔 가는 것 같아요.

수아도 300원하는 비타민사탕과 가을하늘처럼 입속이 파래지는 100원짜리 사탕을 자주 사먹습니다.

여기에서 반응이 엇갈릴 것 같아요.

엄마들은 아이고~ 이런 불량식품을!!! 아이들은 와~ 맛있겠다!!! 할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수아는 문방구의 유혹을 물리치고 매주 300원씩 모아 1,200원이 되면 메모지수첩을 사기로 계획하면서 용돈을 규모있게 사용하는 법을 서서히 익혀나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모양 지우개세트와 비타민사탕의 유혹은 떨쳐버리지 못하지요.

그래도 자기가 받은 용돈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것들은 필요가 없는지 구분하는 능력도 생기고, 용돈을 모아 꼭 필요한 물건을 살때는 그만큼 자기의 계획대로 모았다는 성취감도 느끼게 느끼게 될겁니다.

엄마의 용돈전략이 딱 맞아 떨어졌나 봅니다.

 

딸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논리적으로 따져들기 때문에 엄마들이 당해내기가 힘들어요.

수아와 엄마와의 대화를 듣다보면 꼭 우리집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아이도 이 책이 더 재미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어요.

100짜리 사탕을 엄마는 외계인처럼 징그럽게 퍼레지는 사탕이라 하고, 수아는 가을하늘이 입안에 들어온 것 같은 사탕이라 합니다.

음식모양 지우개세트를 엄마는 지워지지도 않는 쓸모없는 것이라 하지만 수아는 포장지에 '음식모양 지우개세트'라고 적혀있다며 끝까지 우깁니다.

수아와 엄마의 재미난 말싸움! 어느집에서나 있는 모습이기에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요즘 우리 딸은 앵그리버드 지우개와 스티커를 모으고 있어요.

손에 잡히지도 않고 잘 지워지지도 않는 앵그리버드 지우개는 왜 모으냐고 계속 이야기해도 지우개모으는게 취미라나요.

이번에는 스티커북까지 사서 스티커를 모두 붙여 모으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모으는 재미와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재미까지 수아나 우리 딸만 그런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것 같아요.

그래서 무조건 나무랄수는 없는 문제이네요.

처음엔 사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용돈을 모두 다 써버리고마는 경험도 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용돈을 어떻게 규모있게 관리하는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수아를 통해 수아와 함께 용돈관리법을 자연스럽게 배웠을거에요.

그래서 나름대로의 용돈관리계획을 세워나갈거라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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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5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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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하면 일단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어려서부터 사마귀에게 물리면 그 자리가 부풀어올라 딱딱해지는 일명 사마귀가 생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게 정말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몸이 기다랗고 얼굴모양 외계인처럼 생긴 사마귀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동물이었다.

어쩌다 풀숲에서 발견을 해도 막대기를 이용해 저 먼곳으로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일까? 다른 곤충들에 비해 사마귀를 자세하게 가까이서 살펴보지는 않은 것 같다.

사마귀가 무얼 먹고 사는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를 통해 권혁도 선생님의 그림에 푹 빠져 있었기에 새롭게 '사마귀 한살이'를 주제로 또 세밀화 그림책을 내셨다니 한편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실사로 된 그림책보다 내가 세밀화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밀화는 꽃은 피어날때부터 잎이 시들때까지의 과정을 모두 담아내고 곤충과 동물들도 실사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작은 부분까지 모두 담아낸다.

무엇보다 세밀화 그림은 눈이 편안하고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어서 빨리 자연 속으로 아이들과 함께 뛰어나가고픈 충동을 일으키게도 한다.

 

다른 곤충들도 많은데 선생님은 왜 '사마귀'를 관찰하셨을까?

그 궁금증은 책 마지막에 쓰신 선생님의 글을 보며 짐작할 수 있었다.

왕사마귀 알집을 채집해 책상 서랍에 넣어놓았다가 260여마리의 애벌레들이 부화해버렸다는 것..읔~~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딸이랑 둘이서 으악~ 소리를 지를뻔했다. ㅋㅋ

그렇게 사마귀와 한집살림(?)을 하셨기에 사마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셨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에도 선생님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엉겅귀꽃에 숨어서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사마귀의 모습부터 시작되는 사마귀의 한살이..

매미, 잠자리, 나비, 벌, 메뚜기, 그리고 청개구리까지 잡아먹는다니 생긴모습처럼 역시나 '풀숲의 사냥꾼' '풀숲의 왕'이라고 불릴만 하다.

다른 곤충들처럼 사마귀도 알집을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낳는다.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알집이 얼지 않는다니, 우리도 집을 지을때 사마귀알집의 원리를 이용하면 바람이 하나도 들지 않을 것 같다.ㅎㅎ

다시 봄이 되어 깨어난 사마귀애벌레들...징그럽기만 하던 사마귀가 이제는 약간 귀여운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알집에서 나온 어린 사마귀들은 거미나 개미, 개구리같은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자라는 동안 힘센 사마귀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250여개나 되는 알들 중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살아남는건 겨우 서너마리라고 하니 살아남는 비율이 꽤 낮은 것 같다.

사마귀는 태어나서부터 성충이 되기까지 모두 일곱번의 허물을 벗는다. 허물벗는 과정까지 세밀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 책 한권으로 우리는 사마귀의 한살이를 볼 수가 있다.

와~ 마지막 일곱번째에서 날개를 펴는 과정은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짝짓기를 한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부분이나 자라면서 약한 사마귀를 힘센 사마귀가 잡아먹는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이러한 것 모두 자연의 섭리일텐데 그동안 사마귀를 너무 악하게 나쁜 곤충으로만 여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마귀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이러한 신비로운 세계를 멀리했다니...문득 이런 나의 편견이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지난 여름 할머니댁 마당에서 발견한 사마귀 한마리를 보고 아이들은 구경하느라 가까이 다가가서 잡으려 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얼른 저리 던져버리라고 했었다.

사마귀가 사람도 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사마귀의 한살이를 보고나니 이제는 당당히 사마귀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표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겹눈과 홑눈이 궁금해서라도 정말 자세히 보고 싶다.

올 겨울을 잘 버텨내고 일곱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 사마귀를 내년에는 꼭 우리 아이들과 함께 관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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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9
김진경 지음, 윤봉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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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랑이 유럽을 다녀왔는데, 같이 갔던 사람들이 모두들 명품백을 하나씩 산다며 나에게도 '하나 사다 줄까?'라는 전화를 했었습니다.
사실 명품이 무언지 구분도 잘 못하는 저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 욕심이 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한두푼 하는것도 아닌 것을 덥석 사오라고 할수가 없었습니다.
가방만 명품이면 뭐하냐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해외여행을 하면 너도나도 사오는 명품들...
사실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지만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악어가죽도 포함되겠지요.
사람들의 욕심으로 만들어내는 가죽제품들 모두 사실은 동물들을 희생시켜 나오는 것들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누구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재미난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길벗어린이의 <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입니다.
이야기는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악어가죽 가방 두개로 시작이 됩니다.

큰 가방에서 악어머리 하나가 쑥 나오더니 작어악어를 부릅니다.
가방이 된 엄마악어와 아기악어는 몸이 가방이 되어버려 마음대로 돌아다닐수가 없답니다.
아기악어가 왜 우린 가방이 되어야하냐고 하소연을 하자 엄마악어는 할아버지의 악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남 앞에서 뽐내는걸 좋아하는 악어가 있었는데 그 나라의 임금님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하는 말을 들었답니다.
피리도 불어보고 노래도 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어 궁리를 하다가 꼬리가 배를 툭 치는 '동~'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발견하게 되지요.
악어는 임금님에게 가서 꼬리로 자기 배를 두드리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임금님은 그 악어에게 궁에서 악사가 되라고 합니다.
악어는 단지 뽐내고싶은 것 뿐이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 후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악어를 잡기 시작한 것이지요.
뱃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고, 등가죽으로 가방이며 지갑, 허리띠를 만들기 위해 악어를 마구잡이로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기악어는 엄마악어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그 때 악어모양의 네온사인에서 임금님의 악사였던 그 할아버지 악어가 나타나 엄마악어와 아기악어에게 발을 만들어주고 밀림으로 돌아가게 해준답니다.

그래서 엄마악어와 아기악어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동안만 악아가죽 가방으로 변하게 된답니다.
둘은 하수구를 통해 밀림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길거리나 밀림에서 악어가죽 가방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그건 엄마악어와 아기악어의 모습일겁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들은 정말 악어가죽 가방 두개를 본적이 있답니다.
"길을 지나가는데 가방 두개가 있었어요. 내가 진짜 봤어요."
그림책의 상상속으로 금방 빠져들어간듯 했지요. ㅎㅎㅎ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건들이 이렇게 사람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동물들도 많이 죽어가고 있어요.
악어가 왜 많이 죽어가는지, 사람들이 왜 악어를 잡는지....몰랐던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림책 속에는 이야기와 그림 뿐만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주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많은 것을 이야기해볼 수 있게 해주는 이러한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길 앞으로도 기대해 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상한 점? 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악어를 잡는 그림 속에 한 악어의 표정이 웃는 모습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이상하다며 발견한 것이지요.
작가가 잘못 그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눈에는 사람들에게 잡혀가는데 왜 악어가 웃고 있는것인지 의문스러워 하더군요.

책을 읽고 아이들과 악어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유민이는 뽁뽁이 위에 악어그림을 그리고, 재민이는 커다란 종이에 그리겠답니다.

재민이는 평소에 자연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음에 악어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더 유심히 봐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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