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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랑은 너무너무 엉뚱해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7
탕쑤란 지음, 김순화 옮김 / 보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한동안 불편한 책이 있는 반면 '아! 개운하다.' 라는 느낌을 받으며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좋아지는 책이 있다.
<뻔랑은 너무너무 엉뚱해>도 후자의 책이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늑대를 주인공으로 삼아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를 숲 속 동물들의 삶으로 끌어들여 재미있게 풀어내주었다.
욕심많고 이웃들과 잘 지내지 못할 것 같은 늑대의 이미지를 깨뜨린 뻔랑가족의 이야기..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려버린 설정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그들의 이야기속에 약간 바보스럽지만 인간미가 가득 들어있어 정말 사랑스러웠다.
짤막한 단편의 이야기들이 각각이 색다른 재미들을 전해준다.
개구리의사는 수술을 끝낸 후 바보라고 말하지만, 엄마에게 진주를 선물하기 위해 하얀 돌멩이를 삼키고 아픔을 참아내는 아빠와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뻔랑 그리고 하얀 돌멩이로 만든 예쁜 목걸이를 걸고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 예쁜 진주라고 말하는 엄마. 남들은 바보라고
놀릴지언정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숲속에서 만난 강도에게도 '베푸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이다'라는 생각으로 돈을 나누어주고 우산까지 주는 아빠를 보며 강도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는걸 느끼게 된다.
잔디밭에서 축구를 못하게 하려는 염소 할아버지의 꼼수 역시 뻔랑 가족의 진심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염소할아버지가 뻔랑 엄마가 걷어찬
축구공을 맞고 기절했을때는 마음속이 뻥~ 뚫리며 통쾌하기까지 했다.
엄마아빠가 여행을 떠난 후 혼자 지내게 되는 뻔랑의 이야기에는 친구들이 등장한다.
다급하게 집 안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며 무언가를 찾는 뻔랑에게 친구 토실이는 뻔랑의 이름표를 만들어주고 '뻔랑의 집' 문패도 다시
달아주며 뻔랑을 도와준다.
뻔랑의 집을 차지하려는 찍찍이의 꼼수에 당할때는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안타까웠지만 토실이의 도움으로 경찰견 아황이 와서 다행히도 집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찍찍이의 집'이라고 쓰여진 집을 빼앗고 싶지 않아 숲을 한바퀴 돌고 와서 토실이가 다시 써놓은 '뻔랑의 집'을 찾게
된다. 바보같지만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뻔랑의 착한 마음이 참으로 예쁘다.
낚시를 하고 놀다가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한 날이가 밖에 나가면 안된다고 하며 안나간것처럼 뒷걸음질을 쳐서 돌아오며 갖은 일을 당하면서도
집에 오니 정말 좋다하는 뻔랑이 귀엽다.
눈사람이 추울까봐 난로가에 놓고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눈사람이 도망갔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싶은 마음에 찬 것을
먹으면 배탈날까봐 뜨겁게 끓여 주는 뻔랑의 행동은 제목처럼 정말 엉뚱하지만 들여다보는 독자는 즐겁다.
뻔랑가족이 사는 숲속 마을은 상상속의 이야기이지만 강자도 약자도 없이 서로 공존하며 도우며 살아간다. 그 중심에 있는 뻔랑가족은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긍정적 에너지로 우리를 웃게 해준다.
나의 이익이 우선이고,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삶이 가득한 우리들의 세계에 뻔랑 가족은 우리에게 조금 부족하고 바보같더라도 '진심'과
'배려'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우리가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듣고 재미있고 엉뚱한 이야기에 재밌어하는 것처럼 뻔랑의 이야기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