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로는 어떻게 산을 옮겼을까?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0
아놀드 로벨 지음,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중국의 고사성어 '우공이산'이 떠오르는 책이다. 우공이라는 사람이 집 앞에 있는 산을 옮기기 위해 날마다 산을 조금씩 파내는 모습을 보고 한가지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노력에 감동해 하느님이 산을 멀리 옮겨주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집을 좋아하지만 산을 좋아하지 않는 밍로와 부인은 커다란 산 밑에 살고 있었다. 산에서는 돌덩이들이 떨어져 지붕에 구멍을 냈고, 그 구멍으로 비가 새서 늘 집안은 축축했다. 산 때문에 못살겠다는 아내의 성화에 밍로는 마을의 지혜로운 노인에게 산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구하러 간다. 집을 옮기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산을 옮기는 방법을 구하러 간다니 밍로와 아내의 태도가 약간 아리송하다.

지혜로운 노인은 밍로와 아내보다 한 술 더 뜬다. 가장 크고 굵은 나무를 베어 힘껏 밀어붙이기, 온갖 부엌 도구를 시끄럽게 두드리며 산이 겁 먹게 하기, 빵과 떡을 해서 산신령에게 바치기 같은 말도 안되는 방법들을 고민고민한 후 알려준다. 순진한 밍로와 아내는 지혜로운 노인이 알려준대로 이 방법들을 다 써보지만 산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정말 도술이 아니고서야 이 방법이 통할리 없다. 하지만 밍로와 아내는 마지막으로 다시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가 방법을 구한다.

지혜로운 노인은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담뱃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는 모습이 재미있고 신비롭기도 하다. 이 부분은 말로만 지혜로운 노인이 아니라 무언가 정말 신비로운 힘이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결국 지혜로운 노인은 밍로에게 집을 모두 뜯어내어 그 꾸러미를 모두 이고 산을 보고 서서 왼발, 오른발 차례로 뒤로 가게 하는 춤을 추라고 한다. 밍로와 아내는 그 말대로 춤을 추고 드디어 자신들이 산을 옮겼다고 믿는다. 산은 거기 그대로 있지만 밍로와 아내가 뒷걸음질을 했기 때문에 산이 저만큼 옮겨진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과연 밍로와 아내, 지혜로운 노인 중 누가 더 어리석은 것일까? 처음엔 둘 다 왜 이렇게 바보같고 어리석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쩌면 밍로와 아내 둘 다 어리석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며 지혜로운 노인은 진짜로 지혜가 깊은 사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밍로와 아내가 지혜로운 노인의 말을 끝까지 믿고 따르지 않았다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계속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지혜로운 노인 또한 말도 안되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믿고 따라준 밍로와 아내를 위해 그 마음이 다치지 않게하면서 해결방안을 마련해주기 위해 그 많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밍로와 아내는 행복을 찾게 되었다.

'우공이산'의 원래 이야기와는 약간 다르지만 어리석음 속에 지혜가 들어있는 콩트같은 이야기가 재미있다. 밍로와 지혜로운 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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