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고 사는 법 큰곰자리 13
토미 그린월드 지음, 박수현 옮김, 이희은 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책 안 읽고 사는 법이 있다면 이 세상 어린이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지도 모른다. 부모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책읽기에서 좀 벗어나볼까 궁리하는게 보통의 현상이다. '이 책 속에 책 안 읽고 사는 법이 있어!' 라고 권해주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리 딸아이 역시 '진짜? 설마~'하며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이 진짜로 책 안 읽고 사는 법을 알려줄지, 아니면 역으로 이렇게까지 하느니 차라리 책을 읽고 말지라고 생각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작가는 세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까 하는 생각으로 세 아들의 이름을 합친 찰리 조 잭스니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을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찰리 조는 책을 안 읽기 위해 온갖 전략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숙제를 하려면 꼭 읽어야하는 책들은 티미에에게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사주고 줄거리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이 협정이 깨지면서 휴대전화와 인터넷 금지, 도서관에서 책 읽기라는 벌을 받게 된다. 누나 덕분에 숙제는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학년말 보고서이다. 보고서를 쓰려면 주제를 정하고, 상당한 양의 참고 도서를 읽고 정리해서 발표까지 해야하기 때문이다.

찰리 조는 이쯤 해서 자기 생각을 꺾고 책을 읽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재미없어지겠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선생님들의 평가처럼 잔머리굴리기의 선수인 찰리 조는 '패거리 문화 넘어서기' 라는 주제를 정하고,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서로 다른 패거리에 속하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책벌레 제이크와 자신이 짝사랑하기도 하는 한나가 사귀도록 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어울리는 패거리문화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대신 보고서에 필요한 책들은 제이크가 읽어주기로 했다. 찰리 조의 계획은 성공했고, 발표도 잘 해냈지만 과연 모두 성공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자신이 오래도록 짝사랑했던 한나는 정말로 제이크와 사귀게 되었고, 찰리 조의 계획은 학년말 댄스파티에서 모두 드러나고 말았다. 그 이후 일은 안봐도 뻔하다. 찰리 조는 이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이제 스스로 숙제에 필요한 책을 읽게 될까? 아니면 그 비상한 머리로 다른 계획을 세우게 될까? 찰리 조는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아이다.

찰리 조가 들려주는 '책 안 읽고 사는 법'은 정말 책 안 읽고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그 방법들을 세세히 전략을 세워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가 한 꼭지씩 끝날때마다 '그것을 알려주마!' 코너를 만들어 책을 안 읽고도 버틸 수 있는 방법들, 꼭 읽어야한다면 어떤 책을 읽는게 좋은지, 어떤 방법으로 책을 읽으면 좋을지, 책을 안 읽고 대처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어 있다. 각 꼭지들도 짧게 구성되어 있다. 쪽수가 짧아야 읽기 쉽다는 것!! 이 또한 찰리 조의 전략 중의 하나이다.

처음엔 조금 시시하게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찰리 조의 매력에 빠져들어 어느새 끝장까지 오게 된다. 먼저 읽은 딸아이도 '이럴땐 나도 이런 방법 써봤는데..'하며 찰리 조의 책 안 읽기 방법에 흥미를 보인다. 이 책은 과연 아이들에게 책을 안 읽고 사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으로 이렇게까지 하지 말고 책을 읽는게 낫다고 말해주는 것이지 조금 헷갈린다. 하지만 찰리 조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냥 그 재미에 빠지게 된다. 이런 재미를 선물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조금 특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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