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샨과 치히로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1
쉐타오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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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접해온 중국의 아동문학을 보면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의 전개에서 보듯이 계몽적인 성향이 두드러진 우화들도 있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은 이전에 봐왔던 책과는 달리 두께도 상당하다. 책머리에는 양징위 장군을 뜻하는  '서른다섯에 죽음을 맞이한 한 장군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는 저자의 말이 씌여있다. 그동안 중국문학에서 접해보지 않았던 역사이야기인가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만산과 여치, 참새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첫 장은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만샨이 여치 집을 빼앗아간 가노역장에게 대담하게 맞서기도 하고 일본사람들에게 붙어 매국노가 되어버린 하이추안 삼촌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난기 많지만 용감하고 똑똑한 만샨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여치집을 되찾기 위해 매표소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커다란 새총을 만들어 샤오다오와 함께 높다란 짚더미에 올라가 일본 병사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만샨은 자기가 한 일이라고 뻐기고 다니지만 사람들은 그저 허풍떨기 좋아하는 만샨이 또 항련이 한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거짓말하는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절대 기죽거나 포기하지 않는 만샨은 자기가 그토록 원했던 양징위 장군으로부터 '항련'이라는 말을 듣고 결국은 소년 항련이 되어 그들과 함께 떠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중국의 이야기이기에 꼭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듯했다. 그래서 더 깊이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시대에 일본의 침략으로 일본의 말을 배워야했고, 그들 편에 선 같은 동족을 바라봐야 했고, 우리 민족을 위해 남몰래 싸우는 독립군을 응원해야 했던 역사가 있기에 낯설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 책의 매력은 만샨이라는 당차고 용감한 아이만의 이야기로만 끌고 간 것이 아니라 만샨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만샨을 맨날 놀리고 장난만 치던 두안우 아저씨는 항련으로 활동하며 붉은 말을 타고 떠났다가 다시 나타나며 만샨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만샨을 항련으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일본의 앞잡이로 매국노라는 불명예을 안고 사는 만샨의 외삼촌 하이추안 역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많은 정보를 캐내는 항련의 일원이었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면서 하이추안에 대한 혹시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리고 약간은 어리석은듯 하지만 만샨과 늘 함께하려 하는 친구 샤오다오, 이 이야기에서 샤오다의 죽음이 제일 안타까웠다. 친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끝까지 의지를 불태운 샤오다오의 모습은 만샨을 더 강하게 해주었으리라 짐작된다.

샤오다오와 만샨의 친구가 된 일본소녀 나오코는 아빠를 따라 중국 항련의 공격으로 아빠를 잃게 된다. 나오코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두 소년도 두 나라간의 전쟁이 아이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주게 된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치히로가 된 다이유사쿠와 만샨의 이야기이다. 일본의 군견이었던 다이유사쿠는 상처받고 쫓기다가 만샨에 의해 치료를 받고 점차 마음을 열어 친구가 되어 치히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개의 특성상 자신을 돌보아준 주인에게 마음을 다해 충성하듯 만샨이 항련을 찾아갈 때 큰 힘이 되어준다. 양무촨의 전투 때 일본에서 같이 훈련받던 쇼니치를 알아보고 잃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지만 결국 치히로는 숲으로 들어가 늑대의 친구로 남는다.

실제로 존재했던 항련의 이야기와 만샨과 치히로의 이야기들이 더불어 엮어지면서 재미뿐만 아니라 이야기 곳곳에 뭉클한 감동과 여운까지 남겨준다. 역사동화를 좋아해서인지 여태 봐왔던 중국아동문학에서 가장 가슴에 오래도록 남은 책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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