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 보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은 정지된 화면과 같다. 한장의 면 위에 펼쳐진 그림이니까 움직인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우리가 머릿속에 그림을 펼쳐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그 그림들은 한장의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상상속에서 살아난다.

그런데 이혜리 작가의 그림책을 보면 그림 한 컷 만으로도 살아움직이는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이렇게 움직임의 순간을 연필선으로만 포착하여 나타낼 수 있을까? <비가 오는 날에> <달려>에서 색이 없는 흑백그림만으로 우리를 매료시키더니 이번 작품 <달밤>은 여백이 없이 화면 가득한 그림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정말 눈부시게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아파트 창문밖으로 사자가 나타났다. 진짜 사자가 아니라 북청사자놀음에 나오는 털이 복슬복슬한 사자이다. 인자한 미소로 바라보는 사자의 눈에 놀란 눈을 한 아이의 모습이 비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는 사자를 보고 활짝 웃는다. 사자가 왜 나타났는지 이미 아는 모양이다.

<도서관에 온 사자>처럼 사자는 아이들을 품을 수 있을만큼 크다. 쭉 미끄럼을 탈 수도 있고, 털 속에 숨어 숨바꼭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사자와 함께 환한 달빛을 배경으로 신나게 같이 흔들고 뛰고 구른다. 하늘까지 달려보자는 아이들은 정말 하늘을 날아오를 기세이다.

달 밝은 밤 한바탕 뛰어놀고 나니 어느새 이내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의 꿈이었을까? 아니면 상상속 놀이였을까? 아이의 바램을 담은 소망이었을까?

작가는 아파트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층간소음으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마음껏 뛰지 못하는 아이들, 학교에 다녀와서도 학원으로 내몰려 같이 어울려 놀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달밤에서처럼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만큼 신나게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들어있을 것이다.

진짜 사자가 아닌 북청사자놀음의 사자가 등장하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다함께 모여 축제를 여는 놀이에서 볼 수 있는 북청사자놀음은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이며, 보는 사람도 흥에 겨워 들썩거리게 하는 놀이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자와의 놀이로 연결시켜 간결한 글과 경쾌하고 힘있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른인 나도 흥에 겨워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이니 아이들은 더할 것이다.

아이들과 달밤을 함께 보며 다시 한번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해본다. 잠시도 앉아있지 않고 뒹굴고 뛰놀고 싶어하는 것은 아이들의 본능인가보다. 오늘은 그만해라~라는 잔소리가 올라오는 것을 참고 재밌겠다며 아이와 함께 뒹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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