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소녀 샘터어린이문고 37
정수윤 지음, 김유진 그림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여름이 다가오면 두 팔과 다리가 도깨비 방망이로 변하는 아들 때문에 올해는 6월 초부터 모기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모기도 좋아하는 피가 따로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집에서 유난히 아들만 모기에 잘 물린다. 게다가 다른 사람은 하루 지나면 없어지는 상처들이 이 녀석은 퉁퉁 부어올라 흉터가 되어 남기까지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살아있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어야 알을 낳을 수 있다는 모기, 그래서 암컷만 문다는데 눈에 보이는 모기는 모두 암컷만 있는 것인가?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고 한마리씩 나타나 엥엥거리는걸 보면 모기도 굉장히 지능적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날마다 모기를 대하고 사는 우리집에 '모기소녀'라는 책이 왔다. 여름에 맞는 암컷모기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유리라는 소녀가 오두막집의 마법에 걸려 모기소녀로 변하는 판타지적인 동화이다.

방학이지만 신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유리는 충동적으로 혼자서 여름휴가를 떠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종점에 내려 무작정 걷다가 도착한 오두막집에서 팔뚝에 앉은 모기를 내리치는 순간, 유리는 모기로 변하고 만다. 갑작스레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로 변한 유리는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들을 구하고 100개의 빨간 구슬을 채워야만 한다.

아주머니와 바퀴벌레 아저씨, 눈물이 많은 여왕벌, 7년의 기다림을 이겨낸 매미, 개미 군단, 멋진 비행실력을 자랑하는 잠자리, 꼬마 무당벌레까지..유리는 모기가 되어 숲속 곤충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처음에는 빨리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음이 컸지만  점차 작은 생명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두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자식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이 마음에 자리한다.

모기를 죽이자 자기가 죽인 모기로 변한다는 다소 엉뚱한 설정이 재미있다. 유리가 버스를 타고 가며 잠이 들었을 때, 이 이야기가 단지 꿈속에서 꾸는 꿈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생명의 목걸이를 다 채우고 나면 꿈에서 깨어날거라 예상했는데, 유리에게 진짜 일어난 이야기였다. 물론 동화속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볼 때 우리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상상하면서 읽는다. 이 책에서도 오두막집이 있는 넓은 꽃밭, 곤충들이 사는 풀숲과 연못 등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작이라 하니 모험과 판타지가 어울리는 재미난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 고학년 이상이 보는 동화보다는 많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더 인기가 많을 것 같다.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는 여름에 '모기소녀'를 통해 모기에 대한 생각, 곤충들의 삶과 생존방식, 함께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대한 생각들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제 엥엥~거리는 모기를 보면 '모기소녀'가 먼저 떠오른다. 나도 모기로 변할거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잠시 모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너도 오죽하면 나의 피를 빨겠니~ 하는 심정으로..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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