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제일 잘 알아!
질 머피 글.그림, 조경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가 제일 잘 알아!~~~~~~~~~

표지그림에는 아기곰의 털모자가 날라갈만큼 크게 소리치는 엄마곰의 모습이 담겨있다. 외국그림책이기도 하고, 기존에 봐았던 길벗어린이책과는 첫이미지가 조금 다른 책이다. 그래서 이야기와 그림이 어떨지도 궁금하고, 아이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은 아기곰 브래들리는 낮에 잠옷 입어도 돼냐고 묻고, 아침 안먹고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냐고 묻고, 집에서 공룡 길러도 돼냐고 끊임없이 엄마에게 질문을 한다. 그때마다 엄마는 '안 돼!'라고 말하지만 왜 안돼는지 설명도 해준다. 브래들리가 납득할 수 있게 말이다. '질문 좀 그만 해! 엄마가 안된다면 안돼!' 하던 나의 모습과는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문화차이도 있는 것일까?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큰소리부터 치게된다고 하는데, 책속의 브래들리 엄마는 정말 잘 참으면서 다른 것으로 관심거리를 돌리게 한다. 참으로 현명한 엄마다.

브래들리가 열기구 타고 하늘로 올라가도 되냐고 묻는 질문에 엄마는 바구니에서 떨어질수도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브래들리는 끊임없이 상상놀이를 즐기면서 엄마에게 궁금한것을 그때그때 질문한다. 무엇이든 하고 싶고, 무엇이든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엉뚱한 생각 좀 하지 말라고 한다. 나의 모습도 이랬을까?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을 무참히 깨뜨리는 말인 것 같다. 브래들리가 당장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브래들리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아올라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을 느끼며 신나는 여행을 하는 상상놀이를 했다면 어떨까?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상상력을 깨뜨리는건 '안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런 엉뚱한 생각 좀 하지마!' 같은 엄마들의 말일 것이다.

반대로 엄마에게 배그림을 그려주고 배 타고 놀자고 하는 브래들리에게 마음껏 상상놀이를 즐기게 하는 부분에서는 엄마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브래들리는 바구니배에 들어가고 엄마는 쿠션들을 배 둘레에 늘어놓으면서, 쿠션들은 상어니까 잡아먹을 수도 있어 배 안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브래들리는 '야호!'를 외치며 상상놀이에 빠지고, 엄마는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만족감의 표정을 짓는다.   

외국그림책답게 곰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이라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야기속에는 우리가 겪고있는 일상의 모습이 잘 녹아있다. 완벽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내가 아이한테 이렇게 했구나! 반성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어서인지 보이는 반응도 흥미롭다. 처음 읽어준 후 다시 한번 연거푸 읽어달라고 하고, 참다못한 엄마가 '엄마가 제일 잘 안다고!' 소리칠때 가장 재밌어한다. 엄마곰에게서 진짜 엄마의 모습을 본 것일까? 큭큭..

아이와 엄마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는 관계이지만 함께 손맞잡고 공원에 가는 브래들리와 엄마의 마지막 모습에서 보이듯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궁금한 것도 많아져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할 때 하나하나 대답해주기 너무나 힘들다며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 엄마들이 많다. 브래들리 엄마처럼 이유를 들어 설명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질문이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면 반대로 엄마가 아이에게 질문해보는건 어떨까?

'왜 그렇게 생각했어?' '엄마는 ~한데 넌 어떻게 생각해?' '왜 그랬을까?'

아이에게 생각할 기회도 주게 되고, 엄마도 대답해주어야하는 압박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렇게 아이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재잘재잘 이야기하던 때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조금 더 아이와 눈맞추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줄걸 후회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