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노래 - 구순이네를 통해 바라본 우리네 이야기 보리 만화밥 1
김금숙 지음 / 보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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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노래>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되고 있는 꼬깽이의 김금숙 작가가 2012년에 프랑스에서 먼저 발간한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입니다. 9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구순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작가 본인과 가족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당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우리나라의 시대상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로 떠난 구순이네 집에 엄마가 들르러 오셔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구순이는 원래 이름이 진주였는데 면서기가 진주는 기생이름 같다고 해서 구순이라 지으라 했다합니다. 주변에서 아버지가 출생신고 하러 갔다가 구순이처럼 다른 이름을 지어온 사례가 많은걸 보면 다들 생각하는게  비슷했나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하네요.

전쟁놀이를 좋아하는 골목대장 구순이는 머스마들보다 심한 개구쟁이이지만 뒷동산 무덤가를 지날 때와 밤에 화장실 갈 때를 제일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이기도 합니다. 도시화 바람이 불어 구순이네도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지요. 어렸을적 시골에 살았던 나도 도시로 이사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명절때 시골에 내려오는 친척들을 보면 얼굴은 하얗고, 이쁜 옷과 좋은 신발을 신고 왔기에  도시로 이사만 가면 다 잘 사는줄만 알았었지요. 하지만 조금 더 자라서야 꼭 다 그런것만은 아니란걸 알게 되었지만요.

구순이네도 돈을 맡아주겠다는 손엉큼 큰삼촌의 사기로 서울생활이 녹록치가 않았습니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언니오빠들까지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으니까요. 쪼그많고 까만 구순이를 놀리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집안살림을 하며 공부를 봐주는 이슬이 언니 도움을 받아 공부와 운동 모두 억척같이 해내었어요. 어리광을 피울 막내둥이이지만 가족이 처한 삶의 무게를 함께 느끼며 빨리 철이 들었나 봅니다.

외삼촌들로 인한 어머니와 식구들의 고통, 이슬이 언니의 죽음,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구순이의 마음을 붙든 것은 바로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구순이는 프랑스로 떠나게 되지요. 하지만 구순이는 우리나라를 떠나고 나서야 느끼게 됩니다. 판소리를 하시던 아버지의 노래를 떠올리면서 힘들게만 여겨졌던 가족들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힘들었던 우리의 1980년대가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온 우리 민족의 정신과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말이지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인데 왜 제목을 <아버지의 노래>라고 했을까 생각했는데, 마지막장에서 아버지가 하던 판소리를 따라부르는 구순이의 모습을 보니 이해가 갑니다. 작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잊혀져가는 우리의 모습을 찾고, 자신의 어렸을적 삶이 이제는 자신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요즘 아이들이 <아버지의 노래>를 본다면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그냥 넘기겠지만, 구순이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른들에게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이야기속에 녹아 있기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기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할 것입니다. 이야기만 있는 동화책이 아니라 수묵담채화로 그려진 만화그림이라서 어렸을적 이불 뒤집어쓰고 만화삼매경에 빠졌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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