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목탁 소리 보림 시그림책
한승원 글, 김성희 그림 / 보림 / 201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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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다니던 시절,,학교뒷편에 있는 산에 오른 적이 많았습니다. 힙겹게 산을 올라 반대편으로 조금 내려가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절이 하나 있었지요. 산사로 들어가는 좁고 기다란 길목 양쪽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쭉 이어져 있는데, 늦가을이면 노란 은행잎들이 그 길을 노랗게 물들여놓고 우리를 반겨주었답니다. 그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목탁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모든걸 잊고, 모든 번뇌가 씻겨나가는 것처럼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그때의 느낌을 한순간 살아나게 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내가 가지고 있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고, 다시금 마음속에 울려퍼지는 목탁소리를 듣고있는듯 했지요.

지나가는 바람 한자락에 딸랑딸랑~ 울려퍼지는 풍경소리를 듣는듯 앞이 보이지 않는 늙은 스님과 동자스님이 보입니다. 귀가 깜깜절벽이라 경전을 읽지도 못하고, 큰스님 설볍이며 남의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노스님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작업실에 들어앉아 목탁만 깎고 있습니다. 한달에 겨우 한개 깎는 노스님의 목탁은 어찌나 소리가 그윽한지 모든 스님들이 가지고 싶어합니다.

노스님이 한달동안 마음을 모아 깎아 만든 목탁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맑고 향기로워집니다. 노스님의 그윽한 미소를 보니 맑고 향기로운 목탁소리가 귀에 들리는듯 합니다. 화려하지않은 색으로 나타낸 목판화 그림 속에 담긴 노스님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까지 차분해지게 만듭니다. 노스님의 인자한 미소와 노스님 곁에 늘 함께하는 동자스님의 해맑은 미소가 맑고 깊은 목탁소리와 함께 가슴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줍니다.

이 그림책은 특별한 재미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은 아닙니다. 또 읽어주세요~하며 자꾸자꾸 꺼내올 그림책도 아닙니다.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노스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언젠가는 이 그림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삶의 깊이를 느끼게 될수도 있겠지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간혹 힘이 들고 지칠때,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싶을때,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때...어른이든 아이든 조용히 앉아 노스님의 목탁소리를 떠올리며 꺼내보는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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